엄밀히 말해 수학의 관점에서 씌여진 기하학 역사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듯하다. 유클리드, 데카르트, 가우스 까지는 그렇게 보이지만 아이슈타인, 위튼의 장에서는 기하학적인 혁신보다는 물리학적 도약이 중점이 된듯 보이고 실제 내용도 그러하다. 하지만 기하학의 역사를 훑을 수 있는 책이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 볼때 한번 쯤 읽어둘만한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그 중에서도 번역까지 되어 나온책은 더욱 흔치 않을 것이다) 저자는 책에서 기하학이 수학의 꽃이라 하였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과연 그러한 말이 나올만 하다고 느꼈다. 피타고라스 이후로 유클리드가 정리한 기하학은 지금까지도 교과서에서나 어디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기본적인 틀(창)을 마련해주었다. 만약 우리가 그리스 시대로 돌아가 살아간다면 우리는 과연 그러한 생각을 해낼 수 있을 것인가. 그들을 존경하게 되는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특히 읽으면서 아쉬움이 많이 남는 책인 것 같다. 일단 각종 문헌조사를 많이 한 흔적이 보이지만 주관적인 인용과 해석이 너무 많다는 점은 분명 흠이 될 수 있을 것같다. 각 장의 인물들의 인간적인 모습이라든가 시대를 묘사하는 능력은 극작가답게 뛰어나서 흥미진진함을 느꼈지만 그들의 위대한 업적의 의미를 설명하고 그 가능성이 어디까지 뻗어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에선 아쉬운 점이 많았다. 그리고 누구말처럼 도표나 그래프등을 너무 아꼈다. 삽화가 몇개 안돼서 기억이 날 정도이다.(그 중 아들이 나오는 예가 몇개 된다) 이러한 점은 데카르트가 볼때 '쓸데없이 말로 길게 풀어 쓴' 그리스 수학자들을 보는 것과 같을 것이다. 기하학 이야기에 그림이 몇개 안된다는 것은(그나마 있는것도 사진에 가까웠다) 이해하기 어려운 일중 하나이다. 독자의 상상력 향상을 위한 작가의 배려라고 생각하기로 하자. ㅋㅋ 마지막으로 번역이 좀 엉성한 부분이 있는것 같았다. 중간중간에 우리말을 해석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처음엔 별로 없는데 중반에 들어서 조금씩 나타난다. 그래도 책의 가치를 생각해서 이정도는 용인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이제 기하학은 비단 수학의 꽃일 뿐아니라 물리학의 핵심 도구가 되었다. 그것 뿐이랴 화학,생물 마찬가지이다. 과학전반에는 수학이 녹아들어가 있고 그 중에서도 기하학은 가장 편리하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의 중요성을 가진다. 하지만 그런것들을 제쳐 두고라도 이렇게 세상을 보는 참신하고 아름다운 생각을 가진 학문이 아직까지도 우리 곁에 머무는 것을 우리는 고맙게 생각해야겠다. 이책을 읽으면 기하학 수난의 역사도 알게 될 것이고 더불어 기하학에 대한 애착 역시 가질 수 있을 것이라 감히 생각해 본다. 밑의 글은 각 장에 대한 리뷰입니다. 유클리드 이야기를 읽으면서 아! 그랬구나라고 느끼게 된 부분은 다름아닌 공리의 개념이다. 비단 기하학뿐 아니라 모든 수학은 더이상 다른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일반적인 개념으로 부터 시작하여 탑을 쌓기 시작하는데 그 기초가 되는 것이 바로 공리이다. 유클리드는 특히 이러한 점에서 뛰어났는데 우리가 흔히 아는 상식은 엄밀히 파고들면 잘못된 상식인 것이 많다. 하지만 유클리드 기하학은 이러한 무분별한 상식의 인용을 막고자 공리 수를 최대한 제한하면서 조심스럽게 쓰고, 또 그것을 바탕으로 기하학관을 정립 시켰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그 맥을 이어 올수 있는 것이었다. 지금의 그 방대한 양의 기하학이 불과 몇개 되지않는 공리로부터 쌓아졌다는 것은 정말이지 신기하기 그지 없는 일이다. 사고의 확장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틀(창)을 마련하는 일, 그리고 그것이 가끔씩 잘못된 상식을 바로잡고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 것을 보는 것은 분명 짜릿한 일임에 틀림없다. 데카르트는 내가 좋아하는 유형의 학자였다.(그렇다! 그는 게으른 사람이었던 것이다) 게으른 놈이 세상을 더 편하게 만든다는 은근한 지론을 가지고 있던 나로서는 그가 수학적 기호도입과 기하학을 대수학(방정식 등으로 표현)과 연결시킨 순간이 정말 환성이 이는 장면이었다. 부지런한 사람이 반드시 좋은것인가? 그가 길게 문장으로 설명한 것을 자랑스러워 할 때, 그것을 간결하고 우아하게 만드는 것에 골몰한 게으름뱅이가 난 더 마음에 든다.(물론 생각함에 게으르라는 소리가 아니다 ^^;;) 가우스의 장은 내게 있어 수학의 근본(공리)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만일 유클리드의 공리가 잘못된 상식이라면 어찌할 것인가? 아니 이것도 분명히 참이라고 말 할만하다고 해서 공리를 바꾼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짐작할 수 있듯이 이는 '기하학'이라는 사고의 우주를 그 근본부터 바꾸는 일이 될 것이다. 유클리드의 공리는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고 조심스럽게 사용되어져 왔기 때문에 후로 오랫동안 여기에 도전하는 이가 없었다. 가우스는 다른 사람들보다 그런 것에 구애받지 않지 않았던 것같다. 우주(수학적인)가 이렇게 생겼다면 어떨까? 이렇게 생각한 사람들이 많이 있었을테고 영감을 받았던 사람도 적지않게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런 사람들 모두가 기존의 관념을 뒤엎진 못했다. 그동안 쌓아왔던 것이 아까워서 였을까? 그럴 수도 있겠지만 나는 사고의 게으름(내 표현임)이 주 원인이라 생각한다. 틀릴 가능성이 많은 것에 그리 시간을 투자할 것도 없으려니와 새로만든 공리를 바탕으로 한다는 것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말과 같다. 감히 손대기가 어려운 공사인 것이다. 수학과 물리학 교양 책을 몇권(사실 많이 안된다) 읽으면서 그 둘의 중요한 차이점은 바로 이러한 부분이라 느꼈다. 물리학은 새로운 이론을 두려워하기 보다는(물론 예전에 두려워한 예는 무수히 많았다) 이제는 그 혁명을 간절히 바라는 학계풍조가 있다고 느껴졌지만(새 이론이 자연현상을 잘 설명하기만 하면 문제없다) 수학은 그렇지 않은 것 같았다. 마치 프로그램에 버그가 생기면 안되듯이(메인에 버그가 생기면 치명적이다) 수학도 어떠한 증명이 틀렸다면 그 증명에서 뒤에까지 완전히 뜯어고쳐야 되는 악몽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말 오류가 있다면 프로그램이 방대해지면 방대해질 수록 오류가 커지는 법이다. 게다가 언제까지나 워드만 사용하면 엑셀이나 파워포인트 등은 만들지 못하게 된다. 수학도 좀더 자유로운 사고를 가진다면 훨씬 좋지않을까? 그리고 가끔씩 그것이 내리는 축복의 가치는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일이리라 생각한다.(가우스에서 출발한 비유클리드 기하학은 일반 상대성 이론의 중추이다) 뒤에는 거의 물리학 강의 같았는데 별 생각없이 읽었다.(-_-;;) 특히 저자가 두 아들을 내세워서 설명하는 부분은 거의 최악이었다.(이름이 낯설어서 엄청 헷갈렸다) 다음부터는 아들 자랑 좀 하지말길 바란다.^^ 느낀점은 물리학 발전에 수학이 지대한 공헌을 한 것처럼 최근에는 물리학도 수학에 공헌을 많이 한다는 것이다.(물론 이론 물리학자들에 의해서..) 물리학의 수학은 거의 변칙에 가깝지만 (누구는 '악마의 방법'이라 불렀다죠 ㅋ) 수학적 영감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충분히 상보적인 어울림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또하나는 둘다 '통일'을 염원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웃음). 이론 물리학은 거의 마지막 대통일 이론에 목숨걸고 있고, 수학은 <타니야마-시무라 추론>을 증명한 것으로 그 첫걸음을 내딛었다.(<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읽고 알았음 ^^). 나중에는 물리학과 수학이 '통일'될 수 있기를 기원해보자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