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적 소비는 정치의 문제를 개인의 자기만족감을 최우선시하는 시장 거래로 환원할 위험이 있다. 그렇게 될 때 개인은 자신의 건강에, 그리고 특정한 종류의 순수, 즉 항생제를 투여한 고기를 먹지 않는 순수한 상태, 식탁과 몸에서 가공식품을 추방한 순수한 상태에 관심을 쏟지, 적정 임금이나 노동자 혹사에 대해서는 무심한 경향이 있다. ‘좋은 먹거리’ 운동이 시장에서 상품을 선택하는 행위로 축소되면 식품업의 생산환경 같은 구조적 문제는 사람들의 관심사에서 밀려날 수 있다. 이 운동은 독선적이고 엘리트적이라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도시의 가난한 지역에는 풀 먹인 소, 유기농 닭을 파는 생산자 직판 시장이나 상점이 아예 없는 경우가 많고, 설령 있더라도 주민들이감당하기 어려운 가격표가 붙어 있다. - P358
가처분소득이 많은 사람에겐 윤리적 소비가 쉬운 일이다. 근근이 살아가는 사람에겐 그렇지 않다. 푸드 스탬프에 기대어 살아가는 사람에겐 더더욱 그렇지 않다. 소비에서 발생하는 윤리 격차는 계급 격차를 고스란히 반영한다. 가난한 사람들이 KFC와 월마트에서 나쁜 고기를 소비할 때 부유한 사람들은 멋진 식당과 홀푸즈 같은 상점에서 윤리적인 고기를 소비한다. 그런 소고기와 닭고기에 붙은 라벨은 소비자가 스스로에게서 순수함과 미덕을 느끼게 해준다. 삶의 다른 많은 영역에서와 마찬가지로 여기서도 미덕은 특권과 한 쌍을 이루어, 부유한 소비자는 공장식 축산에서벌어지는 불순하고 더러운 관행에 가담하는 기분을 돈으로 떨쳐낼 수 있다. 불순하고 더럽게 생산되는 식품은 미덕, 윤리가 부족한 소비자의 몫이다. 누가 미덕이 부족한 소비자인가 하면, ‘해체라인‘에서 간을 걸고 내장을 뜯어내며 공장을 계속 가동하는 도축노동자들이다. - P359
더티 워크는 특정 계급에게 불균형하게 배정될 뿐 아니라 특정 장소에 집중되어 있다. 교도소는 주로 ‘시골 게토‘에, 정육공장은 외딴 산업 단지에 지어진다. 누구에게나 눈엣가시인 정유공장과 시추선은 캘리포니아주에는 들어서지 못하고 ‘저항성이 가장낮은 사람‘이 많이 사는 곳에 들어선다. 더티 워크의 지리는 인종불평등과 계급 불평등을 반영하는 동시에 한층 강화하기에, 낙인찍힌 산업과 시설은 빈곤한 지역에 집중되기 마련이다. ‘암 골목’이 그런 곳이다. - P392
우리가 마땅히모든 더티 워커에게 전해야 할 바로 그 메시지다. "우리가 당신을 위험한 곳으로 보냈습니다. 우리가 당신을 만행이 벌어질 수 있는곳에 보냈습니다. 우리는 당신의 책임을 함께합니다. 당신이 본 모든 것에 대해, 당신이 한 모든 일에 대해, 당신이 하지 못한 모든일에 대해 우리가 함께 책임집니다." - P4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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