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마더스
도리스 레싱 지음, 강수정 옮김 / 예담 / 2016년 2월
평점 :
절판




단편집의 첫번 째 이야기인 <그랜드 마더스>는 몇년 전 파격적인 내용으로 화제가 된 앤 폰테인 감독의 영화<투 마더스>의 원작이다. 
어린 시절부터 자매처럼 늘 함께였던 릴과 로즈가 상대방의 아들과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은 과연 사랑이라는 미명아래 과연 도덕적인 잣대는 어디까지 허용가능한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화제가 되었다. 그래서 원작에서는 어떤 사랑을 그려내는 지 궁금했다. 

원작은 소설과는 조금은 다른 관계를 담아낸다. 우선 릴과 로즈의 관계다. 두 사람은 단짝친구를 넘어 오직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되는 존재다. 그녀들의 관계는 릴의 남편의 죽음과 로즈의 남편이 집을 떠나면서 변화가 생긴다. 남편의 부재를 그녀들의 아들인 이안과 톰이 채운 것이다. 문제는 그들의 관계가 친한 관계를 넘어 연인이라는 것이다. 친구의 아들과 친구의 엄마에서 연인이 된 이안과 로즈, 릴과 톰. 세상의 관점에서는 쉽게 용인되기 어려운 관계다. 단지 나이차 때문이 아니다. 친구의 엄마나 아빠에게 사랑을 느끼는 설정은 다른 소설이나 영화에서도 종종 접하는 소재다. 이들의 관계가 특이한 것은 사랑하는 관계를 넘어 서로의 엄마를, 서로의 아들을 나눈다는 것이다. 가족이라는 울타리안에서 말이다. 그렇기에 이안과 톰이 서로의 가정을 가지면서 관계는 일단락된다. 하지만 영원한 비밀은 없는 법. 결국 네 사람의 관계는 새로운 

두 번째 이야기인 '빅토리아와 스테이브니가'는 흑인에 대한 차별이 존재하던 시절, 흑인인 빅토리아는 스테이브니 가에서 일을 시작함녀서 난생 처음 백인의 생활을 경험한다. 이모의 손에서 방임하다시피 키워져 체구도 또래 아이들보다 작은 아이였지만, 사회적 편견에 맞서 살아온 빅토리아. 하지만 엄마가 된 그녀는 아이의 더 나은 삶을 위해 딸 메리를 아빠에게 보낸다. 흑인과 백인의 혼열인 메리가 과연 빅토리가 겪어온 차별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첫번째 이야기인 '그랜드 마더스'에 이어 사회적 편견에 도전(?)하는 가족의 이야기를 담고있다는 점에서는 비슷한 맥락을 가진다. 

세 번째 이야기는 '그것의 이유'는 '성형공화국'이라 불리 울 만큼 외모지상주의에 물든 대한민국의 현실에서 눈여겨보아야하는 이야기다. 존재하지 않았던 어느 나라. 현명하게 나라를 다스리던 데스트라가 죽자 후계자를 뽑아야 하는 12인 위원회는 차기 지도자로 데로드를 뽑는다. 그러나 데로드는 나라를 파국으로 이끌고 세월이 흘러 데로드가 지도자로 선택된 이유는 그가 현명하거나 지도자의 자질을 가지고 있어서가 아니라 그의 아름다운 외모때문이었다. 선거철인 요즘. 수 많은 정치신인들이 등장하지만, 그들의 능력보다 먼저 관심을 끄는 것은 후보자들의 외모다. 후보의 입에서 나오는 공약이나 정치철학보다 외모에 초점을 두는 현실에서 12인의 위원회와 같은 바보같은 판단을 하지 않는다고 그 누가 장담할 수 있단 말인가.

마지막 이야기 '러브 차일드'는 군인인 제임스와 유부녀 대프니와의 열병과 같은 짧은 사랑을 다룬다. 여행지에서 만난 짧은 사랑처럼 잠시 스쳐간 사랑이었지만 그 강렬함은 제임스의 마음에 오랫동안 자리잡는다. 하지만 원한다고해서 모든 사랑이 이루어지지는 않는 법. 또한 지우개로 지우듯 마음 속에서 지워버릴 수도 없는 법이다. 평생을 마음 속에 간직한 사랑을 그리워하는 제임스와 그런 남편을 묵묵히 바라보는 아내. 
참 사랑이라는 것이 뭔지....이토록 여러 사람들의 삶을 뒤흔드는 것일까....조금은 안타깝고 답답하다. 

소설 속에 담긴 이야기들은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해보이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은 사랑과 가족의 모습을 담아낸다. 이성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것들도 있지만, 온전히 이해하기에는 어려운 이야기들도 포함되어 있다. 특히 소설 속에 등장하는 여러 형태의 사랑을 보며 과연 사랑이란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하게된다. 또한 사랑이라는 말로 모든 행동을 정당화할 수 있는가....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이 각양각색이든 사랑의 형태도 다양하다는 것이다. 동화 속 사랑처럼 달콤하고 아름답지는 않아도. 그래 이런 사랑도 존재한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흥미로운 이야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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