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서야 보이는 런던의 뮤지엄
윤상인 지음 / 트래블코드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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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과 조각을 좋아해 기회가 되면 미술관과 전시장을 찾는다. 해외여행을 가면 쇼핑몰보다 박물관과 미술관 관람 일정이 최일 순위다. 그때마다 늘 해외 박물관의 방대한 소장품에 놀라고 자유로운 관람 문화에 놀란다. 뉴욕 매트로 폴리탄 미술관에 가면 그림 앞에서 자유롭게 앉아 그림을 그리는 사람과 아이들을 보게 되는데 그 모습이 참 좋았다. 우리는 그림 앞에 둘러앉아 토론을 하거나 그림을 모작하는 게 불가능하다. 눈으로 보고 사진을 찍는 게 대부분이다. 전시장에 앉아서 그림을 감상할 수 있는 의자가 놓인 경우도 거의 없다. 그만큼 예술작품과 관람객과의 거리가 있다고 늘 느꼈다.



현대 미술의 대표적 중심지라 할 수 있는 런던. 런던은 어떻게 현대 미술의 중심지가 될 수 있었을까. 저자는 런던의 뮤지엄을 소개하며 그 이유들을 들려준다.

저자는 가장 먼저 내국인이나 외국인 모두 언제든지 자유롭게 뮤지엄을 방문할 수 있는 문화정책을 꼽는다.

많은 사람들이 예술은 특정한 계층의 점유물이라 생각하는 이유 중 가장 많이 꼽는게 접근성과 관람비다. 책을 읽으면서 요즘 인기 있는 전시를 검색해 보니 성인은 15,000~19,000선이 대부분이고 프라이빗 도슨트인 경우 4.5000원이나 된다. 두명이 함께 관람한다면 적지 않은 가격이다. 물론 세계적인 작품을 감상하는데 과하지 않은 비용이라고 할 수 있지만 원하면 언제든지 세계적인 예술작품들을 언제든지 자유롭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은 큰 행운이다.

런던이 지금처럼 예술에 대한 문턱이 낮아지고 접근성이 좋아진 데는 문화적으로 뒤처져있다는 오명에서 벗어나기 위한 국가의 적극적인 문화정책이 있어 가능했다. 산업혁명의 발상지로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불리며 경제적 부를 이뤘지만 문화적 변방이라는 이미지가 여전하자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 무료로 박물관을 개방하고 세계 각국의 예술품을 복사해 해외에 나가지 않아도 예술작품들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알수록 더 많이 보이고 자주 접할수록 친숙해지는 건 예술도 마찬가지다. 예술가나 특권층을 위한 예술이 아닌 모두를 위한 예술이라는 정책은 많은 뮤지엄들을 탄생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V&A 뮤지엄, 국립 미술관을 비롯해 런던에는 월레스 컬렉션 등을 포함해 개성 넘치는 뮤지엄들이 세워지고 대중들에게 개방되었다. 『이제서야 보이는 런던의 뮤지엄』에는 런던 여행 시 놓치지 말아야 할 11곳의 뮤지엄을 소개한다. 모든 뮤지엄이 무료는 아니지만 저렴한 가격으로 입장할 수 있어 마음만 먹으면 누구가 방문할 수 있다.



가보지 않았어도 이름은 들어봤을 런던과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데이트 브리튼과 테이트 모던, 데이트 브리튼은 교도소를, 데이트 모던은 폐발전소를 미술관으로 개조한 예로, 데이트 모던의 경우 쇠락한 공장지대를 문화의 중심지로 탈바꿈 시켰다. 많은 나라에서 도시재생을 위해 많은 비용과 노력을 쏟는데 미술관 하나가 바꾼 도시의 풍경이 주는 시사점이 크다.


개인이 살던 집을 뮤지엄으로 개방한 경우도 많다. 이런 뮤지엄은 예술을 향한 개인의 노력은 물론. 일상에서 친숙하게 예술작품을 접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기 때문에 의미가 크다.

아직 런던을 가보지 않아 책에 소개된 뮤지엄들을 글과 사진으로만 접하지만 런던을 가게 된다면 11군데 다 방문해 보고 싶다. 예술은 멀고 높은 그 어떤 것이 아니라 모두에게 개방된 모두의 것임을 경험하는 것. 예술의 진짜 목적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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