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 리히텐슈타인 베이식 아트 2.0
재니스 헨드릭슨 지음, 권근영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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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상주의를 대표하는 화가 마크 로스코를 다룬 연극 〈레드〉에는 팝아트도 예술이 될 수 있다는 조수 켄의 말에 로스코는 깡통 수프나 만화 같은 것들을 그려놓는 게 무슨 예술이냐면서 화를 내는 장면이 있다. 바로 그 만화 같은 그림을 그린 화가가 바로 로이 리히텐슈타인이다.


그의 이름은 몇 년 전 삼성이 비자금으로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Happy Tears)'을 구입했다는 사건이 세간의 화제가 되면서 대중적으로 잘 알려졌다. 당시 사람들은 그림의 가격에 놀라고 그림을 보고 또 놀랐다. 보통 명화 하면 떠올리는 어떤 고상함이나 섬세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만화같이 단순한 그림이어서다.


팝아트의 상징이 된 로이 리히텐슈타인(1923-1997)은 1950년대 후반 추상표현주의가 지배하는 예술계에 뛰어들어 미술의 새로운 시대를 개척했다. 앞서 언급한 로스코의 비난은 예술계에서만 국한되지 않았다. 아이들 장난 같은 그림을 예술이라 칭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견이 대중들로부터 나왔다.


이런 비난에도 로이 리히텐슈타인이 일상에서 소재를 찾았다. 그는 산업 생산 기법과 만화, 연재만화, 광고와 같은 사소하고 일상적인 이미지에서 작품의 소재를 찾고 적극적으로 사용했다.


예술의 시작이 특별한 계기가 아니라 일상의 기록으로부터 자연스럽게 생겨난 것이라고 보면 일상에서 소재를 찾고 응용하는 게 그리 특별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일상의 소재를 활용한 예술작품은 미술관에 가야만 예술작품을 만날 수 있는 현실과 예술은 어렵다는 인식을 허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리히텐슈타인의 작품에 더 흥미가 생기는 이유다.

그는 익숙한 소재들을 선택해 자신의 방식으로 새롭게 구현했고 동시대 인물과 대중들의 소비문화를 반영하고 풍자했다.




책은 강한 원색과 점들로 기억되는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예술관과 삶을 한 권에 담아낸다. 대표작들을 포함해 자신만의 화풍을 만들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만날 수 있고 책의 후미에는 화가의 일대기가 요약되어 있어 생애 전체를 걸친 예술혼과 인생관을 만날 수 있다.


선배들에게 배우고 자신만의 시선과 방식을 찾아내는 방식은 모든 예술가에게 필요한 태도와 마음이지만 결코 쉽지 않다. 때문에 대표작 뿐 아니라 생애 전체에 걸친 작품을 만나는 건 한 예술가와 시대적 배경을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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