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를 바꾼 위대한 식물 상자 - 수많은 식물과 인간의 열망을 싣고 세계를 횡단한 워디언 케이스 이야기
루크 키오 지음, 정지호 옮김 / 푸른숲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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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빗 드 브리스 감독의 다큐멘터리 〈멸망 그 이후(Life After People)〉는 어느 날 갑자기 인류가 문명의 흔적만 남겨놓은 채 다 사라져버리면, 인류가 이룩한 문명은 어떻게 되는지를 담고 있다. 인간이 사라진 지구는 시간이 흐를수록 생물이 번창하여 문명의 모든 흔적을 덮어버린다. 다큐 속 식물의 강한 생명력을 보며 식물은 '세상의 은밀한 지배자'라는 말이 과장이 아님을 알게 됐다.


사실 식물이 없었다면 인류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고, 존재한다 한들, 지구는 생존조차 어려운 환경이었을 것이다. 많은 학자들이 인류 위기의 해법을 식물의 생존전략에서 찾는 이유이기도 하다.



미래뿐 아니라 과거부터 인류는 식물을 통해 많은 지식과 경험을 습득했다. 신대륙을 찾아 나선 서구 열강들은 새로운 땅에 서식하는 식물에 관심을 가지지 시작했지만 본국으로 옮기기가 쉽지 않았다.


의사이자 아마추어 박물학자인 워드는 밀페된 유리상자에서 물 없이도 장기간 살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직접 이를 입증하기 위해 양치류와 이끼, 풀을 담은 상자를 런던에서 호주 시드니로 보내고, 다시 시드니에 자생하는 식물을 담아 런던으로 보내는 실험을 시작한다.


놀랍게도 물 한 방울 없이도 몇 달 동안 생생하게 유리상자 속 생물은 죽지 않고 살아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이른바 '세계사를 바꾼 위대한 식물 상자'인 워디언 케이스를 발명하게 된다. 이 케이스의 발명은 전 세계 환경 작동 방식의 큰 변화의 시작이었고, 이전에는 옮기지 못했던 수많은 식물종들이 대륙을 넘어 전 세계로 뻗어나가게 된다.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식물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습득하고 해외의 다양한 식물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던 워드는 우연히 밀폐된 유리상자에서 식물이 죽지 않고 살아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보통 위대한 발견이나 발명자를 보면 전공분야가 아닌 경우들이 있는데 워드도 그런 경우였다. 다른 분야에 대한 결과가 의도치 않은 결과를 가져오고 세계사에까지 영향을 준 것을 보면 역사의 흥미롭다.


식물에 관심이 많아 식물의 이동에 대한 책들도 여러 권 읽었는데 사람의 노력이 개입된 경우는 워디언케이스가 처음이라 더 흥미롭게 읽었다.

책을 읽으며 가장 눈여겨볼 것은 워디언 케이스의 밀폐 기술뿐 아니라 단순한 상자가 아니라 식물과 식물 이외의 부산물까지 함께 운반한 상자라는 점이다. 식물이 원래 뿌리를 내린 땅의 흙까지 함께 운반한다는 것에서 식물을 바라보는 워드의 관점까지 엿볼 수 있어 개인적으로 좋았다.


물론 모든 식물들이 성공적으로 새로운 땅에 정착한 건 아니었고 워디온 케이스도 박물관의 한구석에서 잊혔지만 작은 관심이 이렇게 우리가 다시 워디언 케이스를 만나게 된 것처럼, 작은 관심이 부른 큰 변화를 눈여겨보면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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