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 인 프렌치 - 미국 여자, 프랑스 남자의 두 언어 로맨스
로런 콜린스 지음, 김현희 옮김 / 클 / 2019년 5월
평점 :
절판


미국 여자, 프랑스 남자의 두 언어 로맨스

주변에 국제결혼을 한 지인이 있는데, 결혼생활에 관한 이야기나 나누면 "우리 부부는 싸움을 하지 않는다"라는 말을 자주 하곤 한다. 부부관계의 비밀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뜻밖의 답을 했다.

아무리 외국어에 능통해도 모국어가 가진 미묘한 뉘앙스까지는 알기 어렵기 때문에 말로 인한 상처가 드물기 때문이라는 말이었다. 생각해보면 싸움과 갈등의 원인은 대부분 '말'이다. 상대방이 상처를 입을 것을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내뱉는 말들. 배우자가 외국인인 경우에는 그런 상처까지 낼 정도의 말을 하지 못한다는 것.

단순해 보이지만, 들으면서 주변 사람들이 다들 "아~!"라는 반응을 했다. 그만큼 말로 인한 싸움이 많다는 의미다.

그래서 미국 여자와 프랑스 남자의 로맨스를 다룬 이야기가 아주 궁금했다.

이들이 만난 과정도 흥미롭다. 직설적이고 소탈한 미국 여자 로런과 예민하고 조심스러운 프랑스 남자 올리비에는 런던에서 사랑에 빠져 스위스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한다.

이방인이 만나 이방인으로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물론 결혼은 누구에게나 인생에서 가장 큰 터닝포인트지만. 언어도 문화도 생활방식과 공간 등 모든 것을 새롭게 시작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기 때문이다.

프랑스어권인 제네바에서의 생활이 올리버에게는 낯설지 않지만, 새로운 언어를 배워야 하는 로런에게는 모든 과정이 쉽지 않다. 굴뚝 청소부가 집을 방문해도 남편과 전화 통화를 해야만 작업이 가능하다. 장을 보는 것도 쉽지 않고, 시댁 식구들과 대화를 하는 것은 더 요원하다.

책은 언어를 통해 인간관계를 풀어간다. 그래서 차례도 대과거, 반과거, 복합과거, 현재, 조건법, 접속법, 미래.

문법의 이름을 가지고 상당수 언어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지만, 결국은 사람과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사람을 만나고. 관계를 맺고. 신뢰를 쌓거나 갈등이 생기는 원인들. 다 언어다. 이렇게나 말이 중요하다니! 로번의 좌충우돌 경험담을 따라가다보면 말을 배우는 것. 말을 이해하고 사용하는 것. 말을 어떻게 해야하는 것까지. 이전에는 생각해보지 못했던 언어의 여러 이면들을 만날 수 있다.

말에 대한 아주 독특하고 상세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책이다. 거기에 로맨스가 더해지니 이들의 관계를 상상하며 읽는 재미가 아주 쏠쏠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