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 이너프 - 평범한 종을 위한 진화론
다니엘 S. 밀로 지음, 이충호 옮김 / 다산사이언스(다산북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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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을 쓰는 지금, 나는 또 한 권의 책을 만났다. 책 제목은 굿 이너프. 우리말로 풀자면 ‘만족스러운’ 정도가 되겠다. 만족스럽다? 굿 이너프? 네버 이너프가 아니라 굿 이너프라니. 이 세상에 충분한 게 하나도 없는 것 같은데 충분하다니. 저자는 대체 어떤 부분에서 굿 이너프를 외치는 건가? 무엇이 충분한지 그것이 알고 싶었다.

이 책은 다윈의 진화론을 다시 파헤치는 책이다. ‘적자생존, 모두 사실이야?’ 이런 질문에서 시작한 느낌이다. 요즘 ‘메타버스’가 뜨고 있지 않나. 진화론은 넘어 보는 책이다. 이 책의 원 포인트, 핵심 내용은 생물은 자연 선택에 의해 방해를 받거나 개선되지 않는 정체기간에도 자유롭게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저자는 다윈의 자연 선택 이론 자체를 부정하는 게 아니다. 그러니까 자연에서는 선택뿐만 아니라 중성이나 관용도 허용된다는 것이다. 자연은 생명들의 치열한 생존 싸움의 공간이자 생명을 싹틔우는 관용의 공간이다.

동물들 중에서 삶의 터전을 옮기는 동물을 보았는가? 찾아보면 있기는 하겠지만 극히 소수일 것이다. 그 극히 소수에 우리 인간이 있다. 한 번 우리 일상을 떠올려보자. 가장 가까운 나부터 보자면 태어나서 지금까지 이사를 여러 번 다녔다. 지금 집에서 몇 년 동안 살고 있지만 이 곳에 평생 살 생각은 없다. 지금 이 곳에 정착해 살고 있지만 여행을 계획하고 기회만 되면 어디로든 나갈 생각을 한다. 나도 한 집순이 하지만 집에만 계속 있으면 어느새 지루함을 느낀다. 우리나라 말에 ‘역마살’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우리 호모사피엔스들은 애초부터 역마살이 낀 존재다.

그동안 인간이 특별한 위치에 서 있을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우리의 뇌 때문이다. 우리의 뇌는 미래를 발명했다. 처음으로 아프리카를 떠난 호모 사피엔스들은 지금 이 순간이 아니라 내일을 발명했기 때문에 우리가 지금 이 순간 살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뇌는 욕망덩어리라 지금 이 순간을 즐기는 법이 없다. 항상 더 좋게, 더 나아지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우리는 살아남기 위해 강해져야 하고, 모두를 밟고 왕좌에 올라야 한다. (물론 이런 뇌가 있어서 호모 사피엔스가 지금까지 번성한 것도 사실이다.) 이건 자연의 목소리가 아니라 우리 뇌의 목소리다. 자연은 탁월하지 않아도 된다. 조금 부족하고, 모자라도 충분히 생존할 수 있다. 굿 이너프. 우리는 충분히 만족스럽다.

책을 읽을 때 모르는 부분에 밑줄도 치고, 나름대로 열심히 읽어보았지만 내가 이해한 내용은 이 정도다. 이해한 부분도 있고, 이해를 못한 부분도 있었지만 책이 주는 새로운 관점에 의미를 두며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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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아더 보살님의 특별한 하루 - 아스트랄 개그 크로스오버 단편집
정재환 외 지음 / 황금가지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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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트랄, 개그, 크로스오버, 단편집 이름 한 번 길다. 아스트랄은 뭔 뜻인지 잘 모르겠고, (아스트랄계라는 말은 들어봤다.) 개그는 웃긴 거, 크로스오버는 서로 다른 걸 엮는 거고, 단편집은 이름 그대로 짧은 이야기다. 그럼 내가 모르는 단어는 아스트랄. 인터넷 백과사전에 검색해보니 뭔가 신기한 것을 봤을 때, 4차원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을 표현할 때 쓰는 말이란다. 그럼 이 단편집은 웃긴데 뭔가 4차원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는 말인가? 궁금한 건 못 참지! 읽어봤다.

 

이번 서평은 이 책처럼 아스트랄 (?)하게 적어보려고 한다. 일단 전체적인 감상평을 적고 각각의 단편들에 대한 100자평을 적을 것이다. 그리고 내 맘대로 best 3편을 뽑아보겠다.

일단 총평을 해보자면 읽는 내내 풉풉 거리게 만든다. ‘이게 뭔 소리지?’하는 부분이 있지만 모든 이야기에 기본으로 개그 요소가 들어간다. 11편의 단편이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있다. 첫 번째 소설 창고를 통해 우리가 이런 개그 보여줄거야, 웃기지?’ 이런 느낌이고, 이어지는 단편들을 통해 분위기를 쭉 이어가다 마지막 목탁솔로에 이르면 독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기까지 한다.


11편의 단편이 각각 서로 다른 매력을 뽐낸다. 그중에서도 내 마음대로 best 3편을 뽑자면 오징어를 위하여’, ‘you are what you eat', '무한마계지하던전이다. 세편을 뽑았고 이제부터는 각 단편들에 대한 100자평을 적어보겠다.

 

1. 창고

 

어이가 없다. 읽고 나서 든 생각은 박부장은 또라이 중의 또라이였다는 거다. 맨 처음 시작이 이 소설인 게 신의 한수다.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한 방에 알려주는 그런 소설이다.

 

2. 오징어를 위하여

 

특이하고 색다른 이야기다. 우리가 즐겨먹는 오징어가 사람의 모습이라면 어떨까하는 질문의 답을 주는 것만 같은 소설이다. (스포일러) 마지막에 오진오 다리를 불태웠는데 맛있는 냄새가 난다는 것도 충격이다. 환경, 채식주의에 대해서 이야기한 것 같다.

 

3. 임여사의 수명 연장기

 

죽은 운명인 임여사가 저승사자들이 즐겨 읽는 소설의 작가였다. 그래서 염라대왕에게 빌고 빌어 그녀를 살려주는데.. 임여사는 복도 많다. 저승사자도 홀리는 그녀의 소설. 나도 한 번 읽어보고 싶다.

 

4. 죽음에 이르는 병, 발기부전! 그대로 놔두시겠습니까?

 

솔직히 대놓고 드러내기 어려운 질환인데 이걸 주요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간다는 게 신박하다. 결말 부분이 유쾌하다. 또 주인공이 여잔데 발기부전인 것도 웃기다.

 

5. 당신이 평창입니다

 

정말 아스트랄해서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모르겠다. 백수 생활을 이어가던 주인공이 평창올림픽이 되었다는 건가? 모든 단편 중에 분량이 가장 짧다.

 

6. 생매장 여관의 기이

 

이것도 독특하다. 외계인도 나오고 장애를 가진 사람도 나오고, 생매장 여관에서 만나고 퀴어퍼레이드를 간다. 약간 기승전퀴어퍼레이드 느낌도 없지 않다.

 

7. you are what you eat

 

내가 꼽은 베스트 3편 중 한 편이다. 내가 먹은 음식이 정말 내가 된다. 채식을 한 사람들만 그대로고, 채소 아닌 다른 동물을 먹은 사람들은 모두 그 동물로 변한다. 결말 부분이 생각보다 철학적이다.

 

8. 무한마계지하던전

 

설정이 신박하다. 예전부터 인천을 마계인천이라고 비하하듯이 부르는 걸 소재로 삼아 용자와 마왕의 대결 구도를 재미있게 그려낸다. (스포일러) 마계인천주민인 용자가 마왕을 무너뜨려야 하는데 마왕의 미모에 반해 마계로 건너가 취업 준비를 한다. 요정들은 마왕을 상대할 다음 용자를 찾게 되는데.. 마계인천이라는 말이 있듯 인천 주민들 또한 마계 주민다운 모습이 웃음을 자아낸다.

 

9. 맥아더 보살님의 특별한 하루

 

이것도 공간적 배경이 인천이다. 맥아더 장군님이 한국의 어떤 무당 몸에 들어간 설정이다. 만우절 날 이뤄지는 맥아더 보살님의 만우절 같은 이야기다.

 

10. 살아 있는 조상님들의 밤

죽었던 조상님들이 살아 돌아왔다. 조상에 조상에 조상.. 이렇게 거슬러 올라가다 정말 큰 일이 생기고 만다.

 

11. 목탁솔로

 

목탁소리에 빠져서 진지하게 목탁을 연습한다. 어떤 사건이 발생해 도심 한복판에서 목탁을 치게 되고 그 소리가 너무 아름다워 유튜브에 인기스타가 되어 결국 아이돌로 데뷔하게 된다. 정말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한 내용이다.

 

이로써 서평을 마친다. 마치기 전에 목탁솔로에 나온 부처님의 말씀을 전한다.

원래대로라면 너에게 빌려준 극락의 힘을 돌려받아야 마땅하나 그대로 두려 한다. 사바세계를 구르며 네가 하고 싶은 것을 하거라. 너는 부여 받은 그 힘으로서, 많은 사람에게 안식을 줄 것이다. 원하는 만큼 유명해지거라. 다만, 네가 행하는 모든 소리에 극락이 깃들어 있음을 가벼이 여기지는 말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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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초식동물과 닮아서 - 초보 비건의 식탁 위 생태계 일지 삐(BB) 시리즈
키미앤일이 지음 / 니들북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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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첫인상은 참 앙증맞았다. 한 손에 들기 쉬웠고 표지는 단순하고 귀여웠다. 내용도 첫인상과 같을지 궁금해하면서 첫 장을 펼쳤다. 프롤로그를 펼치자 바로 등장하는 저자의 일방적인 인사. 저자가 독자에게 인사를 하는 책은 처음이었다.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렇게 일방적인 인사를 받고 한 자, 한 자 읽었다. 참고로 이 책의 저자는 한 명이 아니라 두 명이다. 책의 그림을 그린 키미와 비건 생활을 이제 막 시작한 일이, 이렇게 두 명이다.

이 책은 초보 비건의 생활을 적은 에세이다. 에세이는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가장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는 장르인 것 같다. 프로육식러였던 저자가 고기는 아예 입에도 대지 않는 사람이 된 것처럼 말이다. 비건인 사람보다 나 같은 논비건이 읽으면 더 좋을 책이다.

저자가 비건을 시작하면서 제일 많이 받은 질문이 “어떻게 고기를 안 먹을 수 있어?”라고 한다. 맞다. 고기를 안 먹는 건 생각보다 어렵다. 저자는 이 질문에 “고기 안 먹어도 먹을 건 많습니다.”라고 답한다. 이것도 맞는 말이다. 나도 아토피가 심했을 때 고기를 안 먹은 적이 있다. 된장찌개, 비빔밥, 감자볶음 등등 채식을 했는데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그런데 웬걸.. 채식을 한지 2주 정도가 지났을 무렵 고기가 당기기 시작했다. 길을 걷다 삼겹살집에서 고기 냄새가 나면 미친 듯이 킁킁거렸다. 고기가 도축되는 장면을 보면 절대로 먹고 싶은 생각이 안 드는데 솔솔 풍기는 고기 냄새를 맡고 먹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나 자신이 어이가 없기도 하고 가엽기도 했다. 내가 겪은 일을 저자도 겪었다는 점에서 공감했다. 나는 비건은 고기를 먹고 싶어도 꿋꿋이 참고, 굳건히 채식을 하는 사람인 줄 알았다. 하지만 저자도 한 번씩 고삐가 풀려 고기를 먹을 때도 있었다고 한다. 물론 먹은 후 죄책감을 느꼈지만 말이다. 

이 책은 저자가 비건 생활을 하면서 겪은 일을 진솔하게 표현한다.

43페이지에 이런 말이 나온다. “여러분 제발 싸우지 마세요. 우리는 서로 사랑을 해야 합니다. 채식인, 육식인들이여, 편 가르지 말고 각자의 자리에서 더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화합합시다. 존중하는 마음을 잃지 않는다면 그리 어렵지 않을 거라 생각해요. 존중, 존중, 존중, 또 존중입니다.” 이 책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말을 한 문장으로 꼽자면 이 문장이 아닐까 싶다. 존중하는 마음은 채식, 육식 논쟁뿐만 아니라 우리를 둘러싼 모든 일에 해당하는 말인 것 같다.


저자는 고기를 안 먹는 비건을 시작하면서 비건 생활도 시작한다. 육고기만 안 먹으면 비건이 되는 줄 알았는데 우리

가 쓰는 생활용품에도 동물이 희생된다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한 번 눈을 뜨니 줄줄이 사탕처럼 문제들이 주렁주렁 올라온다. 본격 저자의 각성 에세이다. 매트릭스에서 네오가 빨간약을 먹고 이 세상이 가짜라는 걸 알게 된 것처럼 말이다. 저자는 이를 알고 부끄러움을 느끼고, 죄책감을 느끼는데 너무 그렇게 느낄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애초에 우리가 쓰는 물건에 동물이 희생되는 줄 몰랐으니까, 마음씨가 여린 저자와 선량한 시민들이 기업들에게 뒤통수를 맞았다고 해두자. 물론 우리의 편의를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지만 자연을 과도하게 파괴하고, 동물을 희생하는 기업의 행태도 이제는 목소리를 내야 할 때아닐까? 소소한 에세이 감상문에 너무 지나친 이야기 같기도 하지만 말이다. 

책을 읽으며 지금 내 생활은 어떤지 되돌아보게 되었다. 나는 비건이 아니고 앞으로도 비건이 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또 육식을 하는 게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진화적으로 육식을 하게 만들어진 존재다. 문제는 너무 많이 먹기 때문이다. 채식이든, 육식이든, 뭐든지 과하면 탈이 난다. 음식은 필요한 만큼만 적당히 먹는 게 맞는 것 같다. 이건 순전히 나의 생각이니 다른 분들은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지는 게 당연하다. 우리 모두 존중, 존중, 존중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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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 않기 위해 쓴다 - 분노는 유쾌하게 글은 치밀하게
바버라 에런라이크 지음, 김희정 옮김 / 부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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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지 않기 위해 쓴다』, 왜 이기기 위해 쓴다가 「지지 않기 위해 쓴다」일까그것이 알고 싶었다어쩌면 세상이라는 게임에서 우리 인간은 절대로 이길 수 없는 걸 깨달았기 때문일까그런 세상이라면 저자는 왜 지지 않으려고 글을 쓸까『노동의 배신』『긍정의 배신』『희망의 배신』『건강의 배신』일명 배신 4부작으로 알려진 책들이 나오기 전영화로 따지면 프리퀄 같은짧은 조각 글을 모아 놓은 책이 바로 이 책, 『지지 않기 위해 쓴다』이다.

 배신 시리즈를 읽어보지 않았지만 책 속 조각 글을 읽는데 부담은 없었다하나의 주제를 깊이 있게 다루기보다는 저자의 관심사에 따른 여러 주제를 이 책을 통해 만나볼 수 있었다주제는 크게 가난여성건강 이렇게 세 가지로 나뉜다저자가 미국인이라 미국 사회의 문제들을 담고 있었다그래서 미국 내의 인종 간 빈부격차를 이야기할 때는 미국은 그렇구나’ 하고 넘어간 부분도 있었다또한 미국 사회의 모습에서 우리 사회의 모습을 발견하기도 했다.

 최저시급을 받고 일하는 노동자들은 아무리 돈을 벌어도 더 가난해지기만 하는 현실이 우리 사회의 최저임금 노동자의 모습과 닮아 있었고일상 속에 만연해있는 성별 간의 차이에 따른 차별도 우리와 닮아있었다예를 들어 아이들이 학교에 입학하면 남자아이들은 여자아이들보다 숫자에 밝고여자아이들은 남자아이들보다 말을 잘한다고 생각한다또한중산층이 몰락하는 미국 사회는 지금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문제가 아닌가중산층은 점점 사라지고점점 심해지는 부의 양극화 현상도 그렇다.


 모든 글 중에서도 1장에서도 첫 번째 장, ‘열심히 일하셨나요더 가난해지셨습니다’의 내용이 가장 인상 깊었다모든 조각 글 중에서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만큼 내용 또한 분량 못지않게 책상머리에서 모든 걸 경험한 것처럼 쓴 글이 아닌 저자의 경험에서 나온 글이었다자신의 신분을 속이고 직접 노동자의 삶에 들어가 무엇이 문제인지 직접 눈으로 보고귀로 듣고피부로 느꼈기 때문이다신분을 속이니 저자에게 남은 건 여성이라는 성별 하나뿐이다. 90년대 후반에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여성의 취업은 예나 지금이나 고난이다배운 것 없고가진 것 없는 여성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서비스직뿐. 하지만 그 일자리도 쉽게 얻을 수 없어 고군분투해야 한다. 저자가 간신히 일자리를 얻은 곳은 동네의 작은 음식점이었다저자는 자는 시간 빼고 하루 종일 일하는데도 소득은 오히려 적자다이는 저자만이 겪은 특별한 체험이 아니었다미국 사회의 노동자 계층의 모습이었다모든 건 직접 겪어봐야 알 수 있다는 말이 있듯이 저자가 직접 겪어보고 전하는 글은 딱딱하고 죽어있는 글이 아닌 생동감 넘치게 살아있는 글이다.


 책을 읽고 내가 알게 된 건 이기는 것보다 지지 않는 게 더 힘들다는 것이다시지프스 신화에 나오는 시지프스처럼 산 위로 돌을 굴리면 다시 아래로 떨어질 걸 알면서도 굴리고 또 굴리는 것저자의 글이 그렇고상위 1%를 제외한 99%의 모든 이들의 삶이 그렇다하지만 지금 우리 사회는 그 돌조차 굴리지 못하게끔 만드는 것 같다돌이 아래로 떨어져서 죽이 되던 밥이 되던 한 번은 굴려봐야 하는 게 인생 아니겠는가아예 굴려볼 기회마저 빼앗는 사회가 되어서는 안 된다지지 않기 위해 글을 쓴 저자처럼 지지 않기 위해 오늘을 살아가는 모든 이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경기가 좋았던 시절, 그러니까 소위 ‘주류‘ 언론 매체들이 호황을 누리던 20~30년 전만 해도 나는 프리랜서 작가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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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과학이 인생에 필요한 순간 - 2021 세종도서 교양부문
김대수 지음 / 브라이트(다산북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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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음식을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플 때가 있다. 삼시 세끼 고봉밥을 먹고 바나나, 오렌지, 사과, 딸기 같은 과일에 바람떡, 꿀떡, 백설기 같은 떡까지 엄청나게 먹었지만 아무리 먹어도 배가 부르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 때가 있다. 분명히 나는 간식을 안 먹기로 선포했는데 나도 모르는 사이에 입에 먹을 것이 한가득 담겨있는 내 모습을 보게 된다.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음식을 먹고 나면 물밀 듯이 후회스러운 감정이 밀려온다. “대체 왜 이렇게 많이 먹은 거지?”, “나 진짜 미쳤나 봐”, “분명히 덜 먹는다고 했는데 또 많이 먹었잖아등등 잡다한 생각이 들다가 마침내 나의 존재를 부정하게 된다.


멈출 수 없는 식욕은 내가 그런 게 아니라고, 내가 아니라 뇌가 그런 거라고 뇌 탓을 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돌아서면 까먹고 또다시 같은 과정을 반복한다. 내 식욕은 뇌 때문이라고 생각하며 나름대로 자기 합리화시킨다. 그렇게 항상 뇌 탓을 해왔는데 이 책을 읽으니 내 식욕은 정말로 뇌 때문이었다! 바로 뇌 속 시상하부에 존재하는 전시각중추영역에서 CAMK라 명명된 신경이 식욕을 비롯한 성욕, 회피욕, 공격욕 등 다양한 욕구를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모든 건 이름도 복잡한 이 신경 때문이었다니. 왜 내가 식욕을 참으려 해도 못 참았는지 이제야 조금은 알 것만 같다.


CAMK라 불리는 MPA신경은 놀랍게도 이 책을 쓴 저자와 그의 팀에 의해 세계에서 최초로 발견되었다. 이 연구 결과는 2018네이처 뉴로 사이언스에도 보고되었다고 한다. 앞서 설명한 MPA신경이 우리의 욕구를 생성하듯 이 책은 지난 25년간 뇌를 연구한 저자가 연구결과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뇌 사용설명서다.

 

책의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된다. “뇌 과학 여행의 첫 번째 규칙은 를 분리해서 생각하는 것이다.” 이는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이 책에서만큼은 를 분리해서 설명한다는 말이다. 각각의 차례를 레고 장난감에 비유하자면 1부는 레고 조각이 각각 다른 모양으로 쪼개져 있듯 뇌를 조각내어 어떤 기능과 행동을 하는지 알려준다. 2부에서는 형태가 다른 레고 조각들을 하나씩 조립해 더 큰 무언가가 되어가듯 뇌가 가진 부분 부분의 특성을 뭉쳐 우리의 뇌가 어떤 식으로 세상과 만나는지 탐구한다. 3, 4, 5부는 작은 레고를 조립해 알맞은 자리에 배치하듯 우리의 뇌를 탐구하고 알맞을 때에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마지막 6부는 이 모든 과정을 우리 인생에 적용해보도록 한다.


이 책을 읽으니 왠지 내 뇌는 내 거지만 내 거 아닌 내 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 분명 내 신체 내부에 있지만 내 마음과 똑같지는 않았다. 다시 내 식욕 이야기를 뇌 과학적으로 정리해보자면 내 식욕은 시상하부에 위치한 MPA신경에 의해 음식을 보고 욕구를 느꼈고 나는 그 욕구를 절제하지 않은 채 음식을 마구 먹어댔다. 이는 절대 내 탓이 아닌 뇌 탓이라고 돌리면서 말이다. 물론 뇌 탓도 없지는 않다. 그렇다고 내 탓도 아예 없는 건 아니다. 내 뇌가 욕구를 느끼는 건 맞지만 난 뇌의 신호를 현명하게 조절하지 못했다.


6부에 내가 뇌를 따라가고 있을 때에서 중독에 빠진 나의 뇌를 구출해줄 방법이 나오는데 그 방법은 바로 뇌의 본능을 다른 방향으로 승화시키는 것이다. 우리의 뇌는 마치 텔레비전 채널을 돌리듯이 때에 맞도록 욕구의 채널을 돌릴 수 있다고 한다. 이제 나는 뇌의 특성을 알았고 내 식욕을 조절할 방법을 알게 되었다. 밥을 먹은 후에 내 앞에 놓인 먹음직스러운 마카롱을 보았을 때 뇌에서 명령하는 신호를 재빨리 실행하는 것이 아니라 한 번 멈추고 음식을 향해 보낸 내 욕망을 내가 현재 추구해야 할 새로운 욕구로 대체해보고자 하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눈앞에 놓인 마카롱보다 지금 당장 해야 할 서평 쓰기에 정신을 돌리는 것이다. 물론 마카롱에 대한 욕구를 쉽사리 참을 수는 없겠지만 내 뇌의 채널을 서평 쓰기에 맞추고 집중하다 보면 마카롱에 대한 나의 욕구도 점점 사그라들 것이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나를 알고 뇌를 알면 이 세상을 더 지혜롭고 올바르게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자기계발서를 읽어도 읽고 나면 말짱 도루묵이 되는 나였는데 이 책 한 권이 몇십 권의 자기계발서보다 더 큰 깨달음을 주었다. 내 거인 듯 내 거 아닌 내 거 같은 뇌와 친해지고 싶은 모든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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