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과학이 인생에 필요한 순간 - 2021 세종도서 교양부문
김대수 지음 / 브라이트(다산북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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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음식을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플 때가 있다. 삼시 세끼 고봉밥을 먹고 바나나, 오렌지, 사과, 딸기 같은 과일에 바람떡, 꿀떡, 백설기 같은 떡까지 엄청나게 먹었지만 아무리 먹어도 배가 부르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 때가 있다. 분명히 나는 간식을 안 먹기로 선포했는데 나도 모르는 사이에 입에 먹을 것이 한가득 담겨있는 내 모습을 보게 된다.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음식을 먹고 나면 물밀 듯이 후회스러운 감정이 밀려온다. “대체 왜 이렇게 많이 먹은 거지?”, “나 진짜 미쳤나 봐”, “분명히 덜 먹는다고 했는데 또 많이 먹었잖아등등 잡다한 생각이 들다가 마침내 나의 존재를 부정하게 된다.


멈출 수 없는 식욕은 내가 그런 게 아니라고, 내가 아니라 뇌가 그런 거라고 뇌 탓을 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돌아서면 까먹고 또다시 같은 과정을 반복한다. 내 식욕은 뇌 때문이라고 생각하며 나름대로 자기 합리화시킨다. 그렇게 항상 뇌 탓을 해왔는데 이 책을 읽으니 내 식욕은 정말로 뇌 때문이었다! 바로 뇌 속 시상하부에 존재하는 전시각중추영역에서 CAMK라 명명된 신경이 식욕을 비롯한 성욕, 회피욕, 공격욕 등 다양한 욕구를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모든 건 이름도 복잡한 이 신경 때문이었다니. 왜 내가 식욕을 참으려 해도 못 참았는지 이제야 조금은 알 것만 같다.


CAMK라 불리는 MPA신경은 놀랍게도 이 책을 쓴 저자와 그의 팀에 의해 세계에서 최초로 발견되었다. 이 연구 결과는 2018네이처 뉴로 사이언스에도 보고되었다고 한다. 앞서 설명한 MPA신경이 우리의 욕구를 생성하듯 이 책은 지난 25년간 뇌를 연구한 저자가 연구결과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뇌 사용설명서다.

 

책의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된다. “뇌 과학 여행의 첫 번째 규칙은 를 분리해서 생각하는 것이다.” 이는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이 책에서만큼은 를 분리해서 설명한다는 말이다. 각각의 차례를 레고 장난감에 비유하자면 1부는 레고 조각이 각각 다른 모양으로 쪼개져 있듯 뇌를 조각내어 어떤 기능과 행동을 하는지 알려준다. 2부에서는 형태가 다른 레고 조각들을 하나씩 조립해 더 큰 무언가가 되어가듯 뇌가 가진 부분 부분의 특성을 뭉쳐 우리의 뇌가 어떤 식으로 세상과 만나는지 탐구한다. 3, 4, 5부는 작은 레고를 조립해 알맞은 자리에 배치하듯 우리의 뇌를 탐구하고 알맞을 때에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마지막 6부는 이 모든 과정을 우리 인생에 적용해보도록 한다.


이 책을 읽으니 왠지 내 뇌는 내 거지만 내 거 아닌 내 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 분명 내 신체 내부에 있지만 내 마음과 똑같지는 않았다. 다시 내 식욕 이야기를 뇌 과학적으로 정리해보자면 내 식욕은 시상하부에 위치한 MPA신경에 의해 음식을 보고 욕구를 느꼈고 나는 그 욕구를 절제하지 않은 채 음식을 마구 먹어댔다. 이는 절대 내 탓이 아닌 뇌 탓이라고 돌리면서 말이다. 물론 뇌 탓도 없지는 않다. 그렇다고 내 탓도 아예 없는 건 아니다. 내 뇌가 욕구를 느끼는 건 맞지만 난 뇌의 신호를 현명하게 조절하지 못했다.


6부에 내가 뇌를 따라가고 있을 때에서 중독에 빠진 나의 뇌를 구출해줄 방법이 나오는데 그 방법은 바로 뇌의 본능을 다른 방향으로 승화시키는 것이다. 우리의 뇌는 마치 텔레비전 채널을 돌리듯이 때에 맞도록 욕구의 채널을 돌릴 수 있다고 한다. 이제 나는 뇌의 특성을 알았고 내 식욕을 조절할 방법을 알게 되었다. 밥을 먹은 후에 내 앞에 놓인 먹음직스러운 마카롱을 보았을 때 뇌에서 명령하는 신호를 재빨리 실행하는 것이 아니라 한 번 멈추고 음식을 향해 보낸 내 욕망을 내가 현재 추구해야 할 새로운 욕구로 대체해보고자 하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눈앞에 놓인 마카롱보다 지금 당장 해야 할 서평 쓰기에 정신을 돌리는 것이다. 물론 마카롱에 대한 욕구를 쉽사리 참을 수는 없겠지만 내 뇌의 채널을 서평 쓰기에 맞추고 집중하다 보면 마카롱에 대한 나의 욕구도 점점 사그라들 것이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나를 알고 뇌를 알면 이 세상을 더 지혜롭고 올바르게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자기계발서를 읽어도 읽고 나면 말짱 도루묵이 되는 나였는데 이 책 한 권이 몇십 권의 자기계발서보다 더 큰 깨달음을 주었다. 내 거인 듯 내 거 아닌 내 거 같은 뇌와 친해지고 싶은 모든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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