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 이너프 - 평범한 종을 위한 진화론
다니엘 S. 밀로 지음, 이충호 옮김 / 다산사이언스(다산북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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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을 쓰는 지금, 나는 또 한 권의 책을 만났다. 책 제목은 굿 이너프. 우리말로 풀자면 ‘만족스러운’ 정도가 되겠다. 만족스럽다? 굿 이너프? 네버 이너프가 아니라 굿 이너프라니. 이 세상에 충분한 게 하나도 없는 것 같은데 충분하다니. 저자는 대체 어떤 부분에서 굿 이너프를 외치는 건가? 무엇이 충분한지 그것이 알고 싶었다.

이 책은 다윈의 진화론을 다시 파헤치는 책이다. ‘적자생존, 모두 사실이야?’ 이런 질문에서 시작한 느낌이다. 요즘 ‘메타버스’가 뜨고 있지 않나. 진화론은 넘어 보는 책이다. 이 책의 원 포인트, 핵심 내용은 생물은 자연 선택에 의해 방해를 받거나 개선되지 않는 정체기간에도 자유롭게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저자는 다윈의 자연 선택 이론 자체를 부정하는 게 아니다. 그러니까 자연에서는 선택뿐만 아니라 중성이나 관용도 허용된다는 것이다. 자연은 생명들의 치열한 생존 싸움의 공간이자 생명을 싹틔우는 관용의 공간이다.

동물들 중에서 삶의 터전을 옮기는 동물을 보았는가? 찾아보면 있기는 하겠지만 극히 소수일 것이다. 그 극히 소수에 우리 인간이 있다. 한 번 우리 일상을 떠올려보자. 가장 가까운 나부터 보자면 태어나서 지금까지 이사를 여러 번 다녔다. 지금 집에서 몇 년 동안 살고 있지만 이 곳에 평생 살 생각은 없다. 지금 이 곳에 정착해 살고 있지만 여행을 계획하고 기회만 되면 어디로든 나갈 생각을 한다. 나도 한 집순이 하지만 집에만 계속 있으면 어느새 지루함을 느낀다. 우리나라 말에 ‘역마살’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우리 호모사피엔스들은 애초부터 역마살이 낀 존재다.

그동안 인간이 특별한 위치에 서 있을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우리의 뇌 때문이다. 우리의 뇌는 미래를 발명했다. 처음으로 아프리카를 떠난 호모 사피엔스들은 지금 이 순간이 아니라 내일을 발명했기 때문에 우리가 지금 이 순간 살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뇌는 욕망덩어리라 지금 이 순간을 즐기는 법이 없다. 항상 더 좋게, 더 나아지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우리는 살아남기 위해 강해져야 하고, 모두를 밟고 왕좌에 올라야 한다. (물론 이런 뇌가 있어서 호모 사피엔스가 지금까지 번성한 것도 사실이다.) 이건 자연의 목소리가 아니라 우리 뇌의 목소리다. 자연은 탁월하지 않아도 된다. 조금 부족하고, 모자라도 충분히 생존할 수 있다. 굿 이너프. 우리는 충분히 만족스럽다.

책을 읽을 때 모르는 부분에 밑줄도 치고, 나름대로 열심히 읽어보았지만 내가 이해한 내용은 이 정도다. 이해한 부분도 있고, 이해를 못한 부분도 있었지만 책이 주는 새로운 관점에 의미를 두며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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