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 너머 한 시간
헤르만 헤세 지음, 신동화 옮김 / 엘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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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를 무상으로 제공 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헤르만 헤세의 첫 산문집인 <자정 너머 한 시간>입니다. 헤르만 헤세가 쓴 글은 모두 다 읽고 있기 때문에 제 입장에선 당연히 읽어야 하는 책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데미안>의 씨앗이 된 9편의 이야기라고 하는데 더더욱 읽지 않을 수 없어서 손에 잡았습니다.

이 책에 담긴 9편의 짧은 글들은 1897년부터 1899년까지 쓴 것들입니다. 그걸 펜팔친구인 여성 시인 헬레네와의 인연으로 그 남편 오이젠 디더리히스 출판사에서 출판되었습니다. 출판하면서 상업성은 없으나 문학적으론 가치가 높다는 평가가 있었는데 말 그대로 잘 안 팔렸고요. 하지만 이후에 헤르만 헤세가 명성을 쌓으면서 이 책도 싹 팔리게 됩니다만, 헤르만 헤세는 이 때 쓴 글이 그 유명해진 시점과 사상(?)을 달리하면서 재판은 안 하기로 결정합니다. 그리고 제목은 원래 '자정 너머 일 마일'이라 하려고 했는데 다른 작품이 연상되어서 바꿨다는 현재의 제목으로 바꿨다는 말에 친근감 느꼈습니다.

아무튼 무명시절의 헤르만 헤세의 글을 엿볼 수 있는 시간인데 개인적으로 이 책 읽는데 상당히 오래 걸렸습니다. 실물을 보면 알겠지만 얇아요. 그래서 부담 없이 후루룩 읽을 줄 알았는데 전혀 그러하지 않았습니다. 왜나하면 헤르만 헤세가 그렇긴 하지만, 여기에 실린 산문들이 정말 작정하고 미사어구를 그냥 때려 박았습니다. 그러니까 예를 들어 '내가 손을 들었다'라는 문장이 헤르만 헤세 입장에선 '내가 나긋하게 바람의 움직임을 느끼면서 천천히 공중에 나의 손을 담았다'라는 식으로 글이 표현되다 보니까... 한 문장 곱씹는 게 시간이 꽤 걸리더라고요. 거의 줄마다 이런 수사어가 많은 데다가 묘사하는 부분이 상당히 많이 차지하다 보니까 글도 곱씹어야지, 헤르만 헤세가 표현하고자 하는 그 배경이나 인물의 묘사도 상상해야 하니까 저는 상당히 읽는데 오래 걸렸습니다. 그런 데다가 이야기가 있는 것 같은데 또 없어 보이기도 해서 이 글을 통해서 헤르만 헤세가 하고자 하는 주제를 정확하게 짚어내지 못하는 글들 같은 경우엔 상당히 헤맸어요. 그래서 집중하는데 시간이 걸리더라고요.

9편 산문 중에 가장 술술 읽혔던 것은 [새로운 삶이 시작된다]였습니다. 술술 읽히니까 오히려 씁쓸하더라고요. 이 글에서 말하고자 하는 걸 너무 명확하게 알고, 나에게도 해당되는 건 역시 쫙쫙 달라 붙는 것에 실소를 터트렸습니다. 그 외에 [왕의 축제], [말 없는 이와의 대화], [이삭 여문 들판 꿈]도 그나마 좀 술술 읽힌 편입니다.

어쨌든 그 시절의 헤르만 헤세를 담고 있기 때문에 그가 산드로 보티첼리와 단테에 푹 빠져 있다는 것은 단적으로 알 수 있었습니다. 그 시절의 헤르만 헤세는 그랬나 봅니다. 더불어 글을 읽다 보면 전반적으로 죽음의 향기도 은은하게 풍기고 있고요, 관능미 역시 함께 있습니다. 그 드러낼 듯하면서도 드러내지 않는 은밀한 텐션이 헤르만 헤세 답다고 봅니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좀 제대로 읽으려면 필사하거나 소리를 내어 읽는 걸 추천합니다. 전 결국 소리 내어 읽는 걸 선택했습니다. 눈으로만 읽기엔 한계가 보이더라고요. 얇은 주제에 읽느라 좀 고생한 책이 아닐 수 없습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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