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배경은 근미래이자, 36시간 전쟁이라고도 불리는 제3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이후의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전쟁으로 전세계는 폐허가 됨에 따라 모든 것들이 바뀌었습니다.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리더기 같은 것은 너무 값비싼 물건이 되었고, 공공 네트워크는 복구가 불가하며, 전기공급은 원활하지 않습니다. 전쟁 전의 물건들은 선진 물건이라 표현하며, 지금의 상황에선 차마 어떻게 사용하거나 구현할 수 있는 능력이나 기술도 있지 않습니다. 기차가 제 시간에 도착한다는 보장은 없어졌고, 다른 지역을 간다는 건 꽤 커다란 용기가 필요한 일이 되어 버렸습니다. 이러하다 보니 아이도 자연스럽게 낳지 않습니다. 이러한 세계에 아이를 낳는 건 또 다른 불행을 낳을 뿐이라고 생각하니까요.
무엇보다도 중고차 한 대 값이나 하는 것이 바로 이 시대엔 책입니다. 종이는 너무 비싼 물건이고, 잉크 역시 너무 비싸다 보니 책을 만드는 것은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책을 소장했던 도서관은 타 버려서 현 시점에서 시중에 돌아다니는 책은 많지 않습니다. 결국 이 시대에 독서를 한다는 것, 혹은 책을 산다는 것은 아주 사치스럽고, 쓸모없는, 혹은 허세에 취한 취미에 들어갑니다. 심지어 보통 사람은 책을 쉽게 접하기도 어렵습니다. 책이란 것은 박물관 같은 곳에서 아주 조심스럽게 장갑을 끼고 만져야 하고, 유리창을 통해서 바라보기만 하는 문화재 같은 것이 되어 버렸으니까요. 책이 넘쳐 났었다는 건 상상하기도 어렵죠.
그래서 이 시대의 사람들은 모두 다 태블릿을 통하여 모든 것을 접합니다. 한마디로 전자책으로 보는 것이죠. 다양한 전저가기기를 통하여 데이터화 되어 있는 것들로 모든 정보를 접하고 검색합니다. 그들에게 있어서 독서는 형태가 있고, 질감이 있어 손으로 넘기고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그저 데이터화 되어 있는 전차책을 눈으로 따라 읽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을 무척이나 효율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책은 자리도 많이 차지하고, 검색기능도 없지만 데이터로 된 모든 문서들은 자리를 차지하지 않으면서 검색, 복사 등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고, 무엇보다도 저렴하니까요.
모든 것이 데이터화 되어 있는 이 디스토피아적인 세계에 아주 독특한 도서관이 하나 있습니다. 사에즈리쵸(사에즈리 마을)에 있는 사에즈리 도서관입니다. 전쟁 전과 전쟁 후에 발간된 수십만 권의 책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것을 무료로 대여해주기까지 하는 아주 진귀하고, 특이한 곳입니다. 그리고 이 사에즈리 도서관의 대표이자 특별 사서관인 와루츠 유이가 떡하니 지키고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단 한 권의 책도 잃어버릴 수 없으며, 필요에 따라서 개인정보까지 추적하여 지구 끝까지 쫓아갈 권한까지 갖춘 와루츠 유이 주변에 책에 카미오, 코토, 모리야, 아이들 등 다양한 사람들이 찾아오며 펼쳐지는 책에 관한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