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반항의 기술 - 물러서지 않는 프로불평러의
러비 아자이 존스 지음, 김재경 옮김 / 온워드 / 2022년 12월
평점 :

이 책을 선택한 건 사실 목차 때문입니다. 목차가 상당히 시원시원했어요. 총 16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반말투로 삐딱선을 타는 그 말투가 맘에 들었어요. 16장의 제목을 모두 다 열거할 수 없지만 맛보기로 말한다면 1장이 내가 존재하는데 이유는 필요 없지, 9장 내 몫을 챙기는 게 왜 부끄러워, 13장 정작 친절하게 대해야 할 사람은 나 자신이야. 뭔가 느낌이 팔짱 딱 끼고, 짝다리 짚고서 고개 위로 확 쳐들고 "어쩌라고?"라고 하는 느낌이 풀풀 풍기는 목차는 참 신선했어요. 그래서 일반적인 자기계발서와는 조금 다르지 않을까란 생각을 했는데, 이 책 물건입니다.
자기계발서 썩 좋아하지도 않으면서도 또 동아줄에 매달리듯 보게 되는 것이 자기계발서인데, 이 책 정말 시원시원하고 정말 '내가 깐다는데 어쩔 거야?'라는 마인드 너무 적나라하게 보이니 좋았어요. 내용도 설득력 있습니다.
보통은 나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고 이야기를 하죠. 나를 먼저 사랑해야 남도 사랑할 수 있다고 말이죠. 뭔가 무척 안쓰럽고, 조근조근 설득하는 뉘앙스로 보통 말하는데 이 책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뉘앙스가 딱 '내가 날 어떻게 보든 뭔 상관이야?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이 세상은 나한테 감사하라고~~!! 이런 날 사랑하지 않을 수가 있겠어?!' 하고 훗! 하고 웃으면서 긴 머리 뒤로 날려주면서 멋있게 가는 모습이에요.
이런 애티듀드를 갖고 시종일관 이어가니까 차라리 이런저런 이유 필요 없이 '그냥 나니까 뭘 더 설명이 필요해!' 라는 이 태도가 차라리 더 맘에 와닿더라고요. 어줍잖은 이야기들로 감화시키려는 것보다 훨씬 말이죠.
그렇다고 근거 없는 자신감이나 그런 건 아니고, 확실한 기준을 갖고 시작하는 자신감과 자존감입니다. 그 뿌리부터 찾는데 무척 괜찮았어요. 저자는 나이지리아 출신으로 거기엔 오리키(oriki)라고 하는 나름 본인의 존재에 대한 서사를 주는 것이 문화인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저자의 할머니는 오리키를 갖고 있는데 그 시작이 '왕족의 아이여'입니다. 진짜 왕족 아닙니다. 그 정도로 귀한 존재겠죠. 그 다음의 '사람과 땅을 다스리는~~'하면서 되게 거대하게 이야기를 합니다. 누가 알면 영웅 신화에 나올 것 같은 탄생설화 같은 것인데 무척 좋았어요.
이 책 예시도 나오지만 <왕자의 게임>에서 나오는 대너리스를 소개할 때, 수식어가 많이 붙잖아요? '불타지 않은 자. 안달족과 최초인의 여왕. 대초원 바다의 칼리시. 사살을 끊는 자. 용들의 어머니'라고요. 뭔가 헛소리 같은데도 저자도 말하지만 뽕이 차오르는 그런 멋짐이 있잖아요. 그런 것처럼 우리 스스로도 이렇게 자신의 오리키를 만들어보란 거죠. 저자는 자신의 오리키를 받지 못했기 때문에(거기도 현대화되면서 문화가 약해져서) 본인 스스로 오리키를 만들었더라고요. 그래서 정말 고민하고 있습니다. 내 오리키는 어떻게 만들면 좋지? 라고.
예는 이것 하나 뿐이지만 다른 것들도 생각하면 좋을 것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제 곧 새해도 다가오는데 책에서 나오는 질문들을 하나하나 쓰면서 답해본다면 정말 좋겠단 생각을 했어요.
개인적으로 전 저자가 참 부럽기도 했어요. 솔직히 아무리 본인도 두려워하지만 이겨나간 것이고, 노력했다고 하지만 근간의 가지고 있는 성질이란 게 있거든요. 일단 저자는 좀 더 대범하고, 스트레스 덜 받는 것 같고, 본인의 성향이나 적성은 좀 더 잘 파악하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나 싶긴 해요.
원래 의사가 되는 것이 꿈이었던 저자가 기초화학을 D를 받으면서 의사에 대한 꿈을 확 접는 사례가 나오거든요. 저자는 공부를 못하는 사람이 아니었는데 열심히 노력해도 불구하고 D가 나온 것을 보고서 '의사는 내 길이 아니구나~'하고 의예과 과정을 포기하고, 그리고 엄마에게도 말하고 있지 않다가 엄마가 졸업장에 왜 의예과가 없니? 라는 질문에 '4년 만에 졸업한 게 어디야~'라고 받아칠 수 있을 정도면 이미 가지고 있는 기백이 상당한 거죠. . 물론 저자가 그 의사를 포기하는데 있어선 책에서처럼 쌈빡하진 않았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도 어쨌든 그게 도화선이 된 건 분명한 거죠.
솔직히 이 사례를 읽으면서 나라면 절대로 의예과를 포기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 과목 D 맞은 것 때문에 의사가 되는 걸 포기하지 않았을 거거든요. 지금까지 해 온 시간이 아까워서라도 절대로 전 꾸역꾸역 그 길을 갔을 거예요. 사실 그래서 제가 지금 삶이 이러기도 합니다만...(먼산)
어쨌든 저자는 남의 위해를 가하지 않고, 남을 무시하며 사람의 감정을 짓밟는 것이 아니라면, 정말로 인색하고 고쳐야만 하는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면 본인 스스로를 그대로 드러내도 괜찮다고 이야기하는 거예요. 원제가 <Professional Trouble Maker>인데 우리가 생각하는 정말 그 사고뭉치 같은 트러블 메이커가 되자는 것이 아니라 할 말은 하고 사는, 부당하게 무시당하지 말고, 남의 평가에 굳이 내 스스로를 겸손이란 이유만으로 깎아내리지 말자고, 그렇게 자신의 색채를 드러내는 것이 프로 트러블 메이커 즉 프로 불평러가 되자는 겁니다.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은 의외로 두려운 일이라고 저자는 이야기하죠. 그리고 사람들은 그런 사람들을 은근 깎아내린다는 거예요. 일을 꼼꼼하게 하는 걸 넌 너무 지나치게 완벽해서 숨 막혀~ 이런 식으로 표현할 때, 보통은 그 말에 상처 받고, 그 말이 맞다고 생각해서 자기 자신을 바꾸려고 노력하지만 그러지 말자는 겁니다. 그렇게 평가한 사람이 너무 널널하고 허술한 게 문제인 거지, 내가 일처리를 꼼꼼하게 하는 건 하등 문제 될 것이 없다는 거예요.
이런 논조로 16장을 쭉 이어갑니다. 자신의 예시를 들어가면서요. 물론 여기서 말하는 것이 전부는 아니에요. 저자처럼 모든 것이 드라마틱하고 예술적으로 일이 풀리지는 않죠. 하지만 굳이 타인의 평가에 나를 숨죽일 필요도 없고, 안 맞는 옷을 입기 위해 고군분투할 필요는 확실히 없단 생각이 아주 강하게 들더라고요. 맞아. 내가 뭐 하러 그래야 해?! 라는 생각 말이죠.
지금껏 자기를 알아보자, 자기를 사랑해야 한다, 남의 시선에 눈치보지 마라 등등의 참 많은 자기계발서들이 있었지만 가장 맘에 들고, 추천하고 싶은 책이에요. 위축되고 뭔가 힘들 때마다 보면 힘날 것 같아요. 정말 저자의 어조가 강력하거든요. 어깨 팍팍 밀어주며 신경 쓰지 말고 나아가라고! 하는 느낌입니다.
* 이 서평은 네이버카페 '책과 콩나무'의 서평이벤트로,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 받아 작성한 솔직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