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결혼 ㅣ 흄세 에세이 1
알베르 카뮈 지음, 박해현 옮김 / 휴머니스트 / 2022년 10월

<이방인>, <페스트> 등으로 유명한 알베르 카뮈의 짧은 에세이 4편을 엮어놓은 책이다. 

1. 티파사에서의 결혼, 2. 제밀라의 바람, 3. 알제의 여름-자크 외르공에게, 4. 사막-장 그르니에에게 이렇게 구성되어 있다.

첫 장을 보자마자 약간 아찔했다. 내가 알던 아베르 카뮈가 맞는 걸까? 책을 읽기 전에 알베르 카뮈의 서정성이 가장 짙은 글이란 소개를 보았기 때문에 알베르 카뮈의 서정성을 알고 싶어서 읽기 시작한 건데 정말 예상과는 완전히 달랐달까. 글 한 줄, 한 줄 티파사가 마치 눈 앞에 펼쳐지는 티파사의 모습에 놀랐다. 나는 티파사가 어떤지는 모르겠으나 대충 왠지 그럴 것 같은 느낌. 그것은 제밀라의 바람도 그러하고 정말 글 하나하나가 그림처럼 자세하게 묘사했다. 그래서 그 때의 햇빛이 어떤 강도였는지도 알 것 같고, 그 때 나체로 바다를 수영할 때의 느낌이 어떤지도 알 것 같고, 그 거리를 걷는 그 적막함, 폐허 사이의 씁쓸한함도 그저 알 것만도 같다. 

무엇보다 시니컬한 문체인 알베르 카뮈에게 이렇게 수식어가 많이 붙을 수 있을까 싶었다. 그런데 알베르 카뮈가 20대 초반에 지은 글이라고 하니 뭔가 알 것도 같다. 그 때, 알베르 카뮈는 이러했구나. 습작이라며 출판도 적은 양으로 했는데, 젊은 알베르 카뮈는 이러한 사람이었구나. 이렇게 솔직하고 적나라하게 드러낼 수 있었구나. 20대의 총천연의 선명하면서도 그 나이에서만 나올 수 있는 감성과 생각들이 뒤덮는다.

그와 더불어 나의 향수도 자극한다. 나도 이러한 때가 있었구나란 생각이 아주 오랜만에 들었다. 나 역시 한 때는 알베르 카뮈마냥 이런 글을 썼었다. 지금이야 쓰라고 해도 못 쓰겠지만 나도 그랬었지란 생각이 드니 다시 한 번 나를 돌이켜 보게 한다. 

책은 작고 얇은 편이다. 하지만 곱씹다 보면 책의 두께가 무색하게 독서의 시간이 길어진다. 알베르 카뮈의 20대의 감성, 우리가 알고 있는 알베르 카뮈의 다른 모습을 보고 싶다면, 그것과 관계없이 그림처럼 펼쳐지는 서정성 짙은 글을 느끼고 싶다면 적극 추천한다.

* 이 서평은 네이버카페 '책과 콩나무'의 서평이벤트로,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 받아 작성한 솔직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