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걸어도 나 혼자
데라치 하루나 지음, 이소담 옮김 / 다산북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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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선선하게 느껴지는 요즘,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는 생각이 들지요.

드디어 책 읽기에 더없이 좋은 계절이 다가왔어요.

유난히 무더운 여름을 견디느라

마음도 몸도 지친 지금이 아닐까 싶은데요,

이 가을에 읽기 좋은 소설 한 권을 만났답니다.

일본에서 주목받고 있는 작가인 데라치 하루나의 작품으로

책 제목이 <같이 걸어도 나 혼자>​예요.

많은 여성 작가들이 그 어느 때보다 힘을 실은 작품을

출간하고 있는 즈음에 참으로 반가운 소설이 아닐까 싶어요.

같이 걸어도 나 혼자  데라치 하루나 지음

최근에 여성 작가로 주목받고 있는 조남주 소설을 많이 읽었어요.

여성들의 권위가, 권리가 그동안 참 미비했었구나란 생각을 했었고

소설을 통해 드러난 여성들의 삶이 참으로 공감이 되었다지요.

앞으로도 이렇게 여성들의 목소리를 내는 작품이 많았으면 싶었는데

데라치 하루나의 <같이 걸어도 나 혼자>를 읽게 되었어요.

일본 소설인지라 한국인의 정서와는 사뭇 다르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웠고 두 여성의 다르면서도 같은 삶을

담담하고 치밀하게 포착했다는 점이 인상깊었어요.

<같이 걸어도 나 혼자>는 여성이 읽으면 좋은 소설이예요.

유미코와 카에데라는 무척이나 다른 두 사람의 목소리가

​담담히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답니다.

'보통 여성의 삶'이란 어떤 것일까요?

남자와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일을 하면서 혹은 전업주부로 아이를 키우는 길일까요?

이 책에 나오는 유미코와 카에데의 삶은 조금 다릅니다.​

유미코는 사랑하는 남자와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평범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걸 바랬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어요.

카에데는 남자와 사랑을 나누는 것을

그저 과자가 필요하다라고 얘기해요.​

카에데가 살아가는 방식은 우리의 정서로는 쉽게 용납하기가 힘들어요.

하지만, 누가 옳다 그르다를 깊게 논의하기 전에

그냥 이 세상에서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것일까에

집중해서 읽어가면 이 소설이 꽤 근사하다는 걸 느끼게 된다지요.

유미코와 카에데... 각기 다른 삶을 살아가는 두 여인이

같은 길을 걷기 시작합니다. 우연한 계기로 말이지요.

꽤 친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어떻게 보면 둘 사이에 공통점도 있어요.

둘 다 이혼을 했고 혼자서 이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서 고군분투하거든요.

사회가 강요하는 틀에서 살짝 벗어나 걷는 두 여성의 길!

서로에 대한 완벽한 이해는 필요없는 그런 길을

유미코와 카에데는 함께 걷기 시작해요.

가까웠다가 멀어졌다가, 그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지요.

이 소설이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아시아 여성 작가의 목소리라는 점이예요.

각 나라마다 여자로 살아간다는 것이 다를 순 있지만

아직까지 여성은 자신의 머리 위에 있는 유리문을 세차게 두들겨야 하지요.

남자들에겐 저절로 열리는 문이 여자들에겐 유난히 힘이 듭니다.

세상이 조금씩 변하고 있지만 세상이 변하기 위해서는

여성들의 목소리가 좀 더 높아져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런 면에서 데라치 하루나처럼 주목받는 여성 작가들의 목소리가

좀 더 많이 들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세상이 강요하는 '보통 여자'의 굴레를 쓴 채 어른이 되었고,

직업도, 가족도 없이 나이 들어간다.

삶이 버겁고 힘들어 이리저리 휘둘리지만

곁에서 묵묵히 함께 걸어주는 한 사람이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이 소설의 원제목은 『길동무는 있어도, 나 혼자』라고 해요.

다소 쓸쓸한 제목이 아닐까 싶은데요,

독특한 시선과 세계관으로 많은 여성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데라치 하루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소설이예요.

집을 나간 남편을 찾아다니고, 남자 만나는 것을 과자 먹는 것에 비유한

카에데의 삶이 어이없고 답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글을 읽다보면 어느새 이들의 모습에 나 자신을 투영해 보게 된답니다.

내가 지금 결혼을 하지 않고 살았다면, 내가 지금 이혼했다면

내 삶은 이들의 삶과 뭐가 다를까?

여자에게는 녹록치 않은 세상속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책 표지를 보면 수수한 차림의 유미코와 화려한 차림의 카에데가

바다를 바라보며 걷고 있어요.

이 그림만으로도 둘이 얼마나 다른지 짐작해 볼 수 있지요.

각기 다른 성향을 가졌지만 같은 길을 걸어가는 이들의 모습이

꽤 오랫동안 떠오를 듯 합니다.

이 세상에서 여자로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깊어가는 가을, 데라치 하루나의 <같이 걸어도 나 혼자>를

읽으면서 작가의 단단한 목소리를 들어봐도 참 좋겠다 싶어요.

아니다. 그러는 대신에 카에데 씨를 데리러 가서

여행을 가자고 말하자.

이렇게 됐으니 '히로키를 혼쭐 내러 가는 여행' 이든 뭐든 좋다.

벌써 인생의 절반을 살아왔고, 돈도 얼마 없는 우리.

그래도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휴식과 기분 전환이다.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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