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동안 엄기호의 새 책 <교사도 학교가 두렵다>를 읽었다.

깊숙히 들여다보고 성찰한 교사 사회와 학교 현실이 마음에 와 닿았다.

여러 대목에서 마음이 아파 눈시울이 뜨거워지기도 했다.

 

지금은 대학 2,4학년인 두 딸들이 아직 초등학생과 중학생일 때

어머니와 두 딸과 함께 동네 청소년센터에서 영화 <말죽거리잔혹사>를 본 적이 있다.

영화를 보고 나오며 어머니는 학교를 폭력적으로 묘사한 영화에 대해,

그 영화를 딸들에게 보여준 나에게 불편한 마음을 드러내셨다.

그때 나는 "어머니, 저희 학교 다닐 때, 학교가 꼭 저랬어요." 말씀드렸던 기억이 난다. 

 

지금의 학교는 어떤지, 나는 잘 알고 있나?

아내가 초등학교 교사이고 교육에 보통 이상의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딸들과 보통 이상으로 소통하고 있지만, 사실 나는 학교 현실을 잘 모른다.

사건이 터지면 마치 교육에 모든 원인이 있는 것처럼 언론이 앞다퉈 보도했으니

학교와 교육 현실을 전혀 모른다고 할 수는 없지만,

엄기호의 책을 읽으면서 그 속내를 들여다볼 수 있었다.

현상 뒤에 숨겨진 진짜 문제를 확인하고 공감할 수 있었다.

 

나에게 학교는 어떤 곳이었고, 교사는 어떤 존재였는가?

초등학교 때 섬마을 학교에서 농구부를 만들어 전국대회에서 우승한(?)

초등학교 선생님 얘기를 그린 영화를 본 뒤부터 교사를 꿈꾸었지만,

학교는 나에게 행복한 공간이 아니었고 특별히 존경하고 찾아뵙는 선생님도 없다.

지금의 나를 형성하는 데 필요한 대부분을 나는 학교 밖에서 배웠다.

나의 스승들은 지금도 학교 안이 아니라 학교 밖에 있다.

 

딸들에게 학교는 어떤 곳이었을까?

대학생이 된 두 딸뿐만 아니라 늦둥이 초등학교 5학년 막내도 학교생활을 잘 하고 있다.

범생이들이다.

그런데도 대학 4학년인 큰딸은 아직도 자기가 열정을 가지고 하고 싶은 일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인권변호사가 되고자 하는 둘째딸은 목표가 뚜렷하다.

하지만 이 같은 목표를 갖게 된 건 학교 안이 아니라 청소년인권활동 등 학교 밖에서 이루어졌다.

어쩌면 큰딸이 자기 목표가 뚜렷하지 않은 것은 둘째와 달리 학교 밖 활동이 없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아내와 나는 막내를 빠르면 내년부터, 적어도 중학교 때부터는 대안학교에 보내려고 한다.

행복한 학교생활을 통해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길러주고 싶어서이다.

 

아내가 올해 새 학교로 옮겼다.

이전 학교에서도 그랬고, 새 학교에서도 교사 독서모임을 만들었다.

교사 모임이니 무슨 책을 읽어도 교육, 학교를 떠나 이야기될 수 없겠지만

엄기호의 새 책은 교사들이 둘러 앉아 꼭 이야기해보아야 할 책이라 생각한다.

 

이제 내가 읽은 책을 아내가 읽기 시작한다.

엄기호의 새 책에 대한 아내의 평가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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