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 몬스터
김주욱 지음, 양경렬 그림 / 온하루출판사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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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과 소설의 만남

​어떤 책을 읽던지 간에 그림이 삽입되어 있으면 책장이 가벼워진다. 이런 이야기를 하려다 보니 어릴적 읽던 세계명작전집이 생각난다. 10 페이지 정도 넘기다 보면 의례 나오던 삽화, 얇은 펜으로 세세한 명암부터 전체적인 분위기까지 전해주던 그 거친 삽화. 혹여 잉크 냄새가 더 날까 싶어 코까지 박아가며 면밀히 감상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이 책은 다르다. 기존의 삽화가 하는 역할을 뒤바꿔 버렸다. 그림이 주가 되고 그림에 따른 이야기가 삽입된 형식이다. 물론 분량의 측면에서 보면 삽입이라 표현하기 그렇지만, 컨셉이 그러하다는 것이다. 주인이 되는 그림은 '미래의 피카소'라고 작가가 칭하고 있는 양경렬 화가의 작품들이다. 그림의 퀄리티, 책의 색다른 컨셉만으로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7개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작품의 시작과 끝은 그림이 자리하고 있다.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그림을 내 나름대로 감상해보고 작가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재미가 상당하다. 이야기를 마무리할 때 나타나는 또 다른 그림을 볼 때면, 그 단편 하나로 작가와 독자가 생각을 공유했다는 것이 확연해진다. 소설과 그림 사이에서 참으로 묘한 재미를 찾아 놓았구나.

양경렬 화가의 작품은, 작가가 '미래의 피카소'라고 표현했듯이 추상주의적 성향을 보인다. 그러나 내 얄팍한 식견으로 보았을 때 피카소의 추상주의와는 크게 다르다. 적어도 이 책에 수록된 양경렬 화가의 작품은 '반사(reflection)'기법으로 추상적인 표현을 했을 뿐, 전하려는 메시지가 강하게 표현되는 인상주의에 가깝다고나 할까. 뭐, 나는 이렇게 감상했다.


​약속된 기호를 통해 표현되는 소설이다 보니, 인공지능에 의해 가장 먼저 침범 받을 것이라고 걱정하는 작가다. 때문에 미술에 프로포즈를 했다고 하는데, 그 프로포즈에 멋진 찬사를 보내면서도, 한편으로는 인공지능에 대한 걱정이 기우일 것이라 믿고 싶다. 멋진 콜라보레이션을 응원한다. 차기작을 기대해 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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