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버스괴담
이재익 지음 / 황소북스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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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에 미치지 못하는
 
 
 
개인적으로 즐거운 글쟁이라고 평가내린 작가, 이재익님의 소설이기에 더욱 기대가 컸던 소설이다. 섬찟한 제목과 표지의 스산한 일러스트가 책을 펼치기 전부터 오감을 충분히 자극한다.
 
 
이야기의 시대적 배경은 2000년 밀레님엄을 맞이하기 전, 지금 돌이켜 보면 원시시대 같았던 시기.
핸드폰이 돈 많고 바쁜 사람들의 전유물이 아닌, 학생들도 가지고 다닐 수 있는, 그래서 삐삐가 점차 종적을 감추던 시기. 인터넷이라는 말은 나타나지 않았으며 모뎀 또는 통신이라는 수단으로 비싼 통화료를 지불해가며 채팅을 즐기던 시기. IMF에 겨우 적응해가며 새로운 삶을 찾아가던 이들이 많던 시기. 1999년에 인류 종말을 예고한 노스트라다무스가 노벨보다 더 훌륭한 사람이 되느냐 마느냐의 기로에 서있던 시기의 한국이 이야기의 배경이다.
장소는 강남역과 분당을 왕복했던 시외직행버스, 2002번.
그때즈음 언젠가 일어났던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했기 때문인지 시간적, 공간적 배경이 상당히 구체적이다.
덕분에 나 자신의 1999년(지금에 비해 몹시 아날로그스러웠던)을 생각하며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었다.
 
 
1999년 스산하게 커다란 보름달이 뜨던 날 밤, 마지막 운행 중이던 2002번 버스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버스 안에는 17년 무사고로 표창상까지 받은 버스기사, 왠지 모를 불안을 안고 있는 아줌마, 평범한 여대생, 아가씨 한 명, 취객1, 취객2, 그리고 평범한 준호가 있다.
책의 첫 두 페이지가 넘어가는 순간 에거서 크리스티의 <오리엔탈 특급 살인사건>이 떠오르는 이유가 뭘까?...
 
등장인물들이 맞닥뜨린 우연찮은 죽음. 이에 대한 소시민들의 반응.
이들의 심리가 미묘하고 절묘하게 표현되지 않았다. 무척이나 재미있겠구나 싶은 생각이 드는가 동시에 단순하게 이야기가 치닫기 시작한다. 드러나는 인간들의 추악함. 추악하고 추악하고 너무나도 추악한 모습.
그뿐이다.
다른 것은 없다.
 
 
"인간 내면의 추악한 본성과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미스터리 스릴러"라는 광고 문구.
정말 무색하다.
 
- 반전이라고 생각될만한 요소는 전무하다. 작가의 뛰어난 글솜씨 덕에 금새 다 읽어가게 되지만 이야기의 단숨함 덕에 읽는 속도보다 끝이 보이는 속도가 훨씬 더 빠르다.
- 인간 내면을 다뤘다는 생각 역시 좀처럼 들지 않는다. 추악한 본성을 끄집어 냈다기보다는 그냥 추악한 인간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덕분에 우스갯소리 읽듯이 읽었던 것 같다.
- 미스터리 스릴러라...... 글쎄, 내가 생각하기에 이 이야기는 스릴을 느끼기에는 꽤 조악했으며 상투적이었다. 마치 TV프로그램 <서프라이즈>의 한 에피소드 같다고나 할까...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이기에 아쉬움이 더 크다.
작가가 대학교 3학년 때 7일만에 탈고한 작품이라던데...
그래서이리라, 하며 위안 삼을 뿐이다.
에드거 앨런 포를 운운하기에는 무리가 있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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