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보물 같은 책을 읽기 시작한다. 작가가 92년 동경의 한 문고에서 우연히 발견한 <취성록>이라는 신비한 책을 발견한 뒤, 그에 모티브 삼아 쓴 허구적 역사소설이다. 이른바 "정조 독살설"에 대한 이야기꾸러미다. 소설을 읽는 내내 해박한 작가의 역사지식에 존경을 표한다. 내가 너무 부족한 것일지도..ㅜㅜ 시작은 정조의 은밀한 명을 받들어 작업 중이던 한 검서관의 살인 사건. 이를 조사하는 주인공 '이인몽'과 '정약용' 소설 전반에 걸쳐 정조시대의 첨예하고도 지리한 남인과 노론의 당쟁이 그려진다. 역사적 지식이 전무하다시피한 나로서는 적잖은 어려움을 피할 수 없다. 영조가 사도세자를 뒤주에 갇혀 죽게한 뒤 이를 후회하며 읊었다는, 소위 이른바 [선대왕마마 금등지사]. 이를 가지고 노론을 궤멸하려드는 정조. 정조의 측근에서 모든 것을 지켜보며 사건의 중심에 서는 22살 '이인몽' 간밤에 일어난 검서관의 살인사건으로 시작되는 만 하루동안의 이야기. 이 24시간 동안의 이야기가 영화처럼 긴박하게 풀렸다면 좀 더 재미는 있었을 것이다. (너무 픽션으로 치닫을 수도 있었겠지만...) 그러나 사건의 시작과 결말 사이에 너무 많은 회상과 당시의 시대상이 들어가 있었다. 고대 중국 하.은.주나라의 이야기까지. 대하 드라마 같은??... 역사공부를 진하게 한 느낌마저 든다. 역사에 대한 지식이 조금이라도 있는 이가 읽는다면 좀더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래도 다산 정약용, 연암 박지원 등 친숙한 이름도 나오더라. 박지원의 한마디가 뇌리에 와닿는다. " 한 번 귀하고 한 번 천하게 되니 세상의 사귀는 정을 비로소 볼 수 있다. " 그나저나 정조는 진정 독살되었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