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볼루션 맨 - 시대를 초월한 원시인들의 진화 투쟁기
로이 루이스 지음, 호조 그림, 이승준 옮김 / 코쿤아우트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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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는 '힙'한 것

불을 최초로 발견했던 한 원시인, 호모사피엔스였는지 그 선조였는지 모를 그 누구들, 인류 진화 과정의 중요한 포인트에 서 있던 어떤 원시부족의 이야기로 진화를 말한다. 코미디와 풍자, 철학과 과학이 아주 잘 버무려져, 마치 한 그릇의 비빔밥처럼 뚝딱 해치울 수 있는 책이다. 의사소통이 지금같지 않았던 시절의 이야기를 어떻게? 사람들의 모습을 관찰하듯 써내려갔을까? 책을 읽기 전 별 걱정을 다 했으나, 쓸데없는 짓. 시대적 상황에 연연하는 그런 디테일들은 과감하게 무시한 채 만들어진 책이다.


책 첫 장에 실린 원시부족의 조직도. '호조' 작가가 그린 삽화는 신의 한수였다고 생각한다. 그의 이미지 덕에 머릿속에 그림이 더 잘 그려지고, 그렇지않아도 즐거운 이야기가 흡사 만화처럼 재미나게 다가온다.


각자 뚜렷한 개성을 가진 부족 구성원들에 의해 여러 원시인류의 모습을 한데 볼 수 있다. 불의 발견이라는 커다란 키포인트를 기점으로 하나씩 변하게 되는 그들의 생활방식들. 수렵생활에서 정착생활로, 날고기에서 익힌 고기로 변화하며 먹고 살아남는데 드는 노력이 상대적으로 줄게 된다. 덕분에 생각할 시간이 늘어난 원시인류는 철학적이고 문화적인 측면에서도 변화를 꾀한다. 벽화를 그리고, 더 나은 도구들을 개발하고, 족외혼에 대해 눈을 뜨며, 죽은 자에 대한 배려까지 하게 된다.


이야기의 주인공들처럼 실제로 원시인류가 진화에 대한 욕심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다른 동물들처럼 자연 속에서 살아남고 주변환경에 적응하다 보니 자연스레 진화한 것인지, 생각하는 동물답게 발전하고자 하는 열망에 의해 다른 종과는 다른 월등한 진화를 이루어 낸 것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야기 속에서와 마찬가지로 현 인류의 선조들은 치열하게 살았음은 분명할 것이다.


'힙하다'. '고유한 개성과 감각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최신 유행에 밝고 신선하다.' 요즘 전세계에서 돌고 도는 이 신조어가 의외로 진화의 성질과 꼭 맞아떨어지는 듯하다. 생물이 본연의 성질을 간직한 채 주변상황에 맞추어 변화해 나가는 것이 진화가 아니던가. 번뜩이는 아이디어, 끊임없는 탐구와 도전심이 필요에 대한 열망을 불러일으키고, 이런 이들에게 결국 찾아오는 행운이야말로 진화의 부싯돌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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