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수선화 살인사건 ㅣ 에드거 월리스 미스터리 걸작선 3
에드거 월리스 지음, 허선영 옮김 / 양파(도서출판) / 2019년 5월
평점 :
품절
클래식 추리물
클래식 추리물의 진수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클래식한 구상에, 클래식한 등장인물, 클래식한 전개, 클래식한 로맨스, 클래식한 반전과 결말까지. 이야기의 전개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스릴이나 깜짝 놀랄만한 복선과 반전에 박수 칠 일은 전혀 없다. 하지만 온통 뻔한 것들 투성이가 모여 신기하게도 좋은 완성도를 보인다. 화려한 무늬는 없더라도 정성들여 잘 짜여진 린넨을 보는 느낌이랄까.
적어도 내게는 생소한 '에드거 월리스'의 작품은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시리즈의 향수 또한 불러일으킨다. 일단 이들의 추리물에 발을 들여놓고 나면 독자가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작가가 짜 놓은 판에, 천재적인 탐정들에게, 이리저리 열심히 휘둘리는 재미만 느끼면 된다. 비하하려는 의도가 전혀 아님을 먼저 밝히고, 소위 말하는 '병맛 만화'에 사람들이 피식거리면서도 계속 찾게 되는 그런 매력과 비슷하게 느껴진다. 어쨌든 '코난 도일'이나 '에거사 크리스티' 같은 작품들을 접하고 자란 이들에겐 반가울만한 작품이다.
천재성을 보이는 사립탐정 탈링과 조수 링추의 콤비, 이들보다 능력은 조금 부족하나 물심양면 돕는 런던경찰국의 화이트사이드. 셜록과 왓슨, 레스트레이드 경감의 조합만큼이나 합이 잘 맞는 이들이다. 꽤나 긴 이야기임에도 얽힘없이 술술 잘 풀려나가 시원스럽다. 묘한 유쾌함을 주는 추리물, 스릴러와 공생하기 이전의 본연의 추리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