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땡땡의 모험 1 : 소비에트에 간 땡땡 - 개정판 ㅣ 땡땡의 모험 1
에르제 글 그림, 류진현 외 옮김 / 솔출판사 / 2016년 5월
평점 :
1929년, 벨기에 작가 '에르제'에 의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게 될 <땡땡의 모험>이 탄생하는데, 이는 그 첫 작품이다. "소년 20세기"의 기자 땡땡과 그의 충견 밀루의 첫 모험은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 연방(Union of Soviet Socialist Republics:USSR, 소련)을 향했다. 인디아나 존스가 모티브를 얻었다고도 하는 이 땡땡과 밀루의 콤비는 오히려 형사 가제트와 강아지 브레인 콤비에 가까워 보인다. 눈치코치 없이 앞서나가는 땡땡의 모험심과 그런 주인을 뜯어 말리고 뒷수습하기에 바쁜 밀루.
당시 최초의 사회주의 국가였던 소련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어땠을지, 쉽게 상상이 가지 않는다. 과연 에르제는 소련에 관한 직접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이 만화를 만들었는지, 아니면 당시 소련에 대한 세상의 인식만 반영을 한 것인지 잘 모르겠다. 잘 모를 수 없을만큼 만화의 내용 자체가 많지 않다. 널찍한 컷 안에 시원시원하게 커다란 캐릭터들이 전하고자 하는 내용이 무엇인지, 최소한 나는 잘 모르겠다. 대외적으로 선전하던 사회주의 체제의 이면에 감춰진 폐해? 공공연연하게 자행되던 소련 비밀경찰들의 만행? 글쎄, 이런 것들을 드러내고자 했다면 한 컷 만평이 더 많은 바를 시사했을 것 같다.
그렇다면 이렇게 생각해보자. 현 시대에 평가되는 것처럼, '당시의 사회상을 잘 반영한 명작'이라는 타이틀에 갇히지 말고 바라봐보자. 끊이지 않는 전쟁과 분쟁에 지친 그 시절 유럽인들에게 소소한 위로거리였을 것이다. 만화가 예술의 반열에 오르지 못한 당시로선 이 정도의 시사성을 띈 만화만으로도 신선했을 것이다. 요즘처럼 많은 사람들이 많은 지식을 함께 공유하지 못하던 그 시대에는, 땡땡의 허무맹랑한 모험 이야기가 마냥 어이없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이랬을 것이다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편해진다. 한 세기 전의 유물로서, 선사시대 벽화처럼 역사의 한 기록으로서 소장가치는 충분하지만, 대단한 학습만화라 기대하지는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