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곡
윤재성 지음 / 새움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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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모닥불 같은 것


강도 높은 긴장감을 주는 소설이다. 충분한 스릴에 전율했고, 완벽한 퍼즐에 감탄했으며, 가슴을 후벼파는 작가의 글솜씨에 반했다. 앞선 작품 몇 개를 시원하게 말아먹었다는, 신인 작가다운 소개글이 이제보니 우스운 겸손이었구나. 속도감 있는 사건의 전개가 주는 스릴 외에, 등장인물들의 감정이나 행동거지를 표현하는 작가의 글 자체가 주는 짜릿함이 참 마음에 든다. '정유정' 작가의 <28>이라는 소설에 조심스레 견주어 본다.


방화범이 박탈해간 인생, 결국 사회로부터 떨어져 '쓰레기'로서 살아가는 남자. 하지만 한 번도 인간이기를 포기하지 않았기에 되찾을 수 있었던 인간의 자격. 주인공은 아마 모닥불에서 나와 연기 속으로 흩어진 재가 되었었나 보다. 연기 속에서 끊이없이 허우적대 결국 다시 불 속에 들어와 질 좋은 숯이 된건지도 모르겠다. 불 앞에 놓인 마른 장작보다 훨씬 더 강고한 숯. 영원히 장작을 태울 것만 같던 화려한 불은 결국 꺼지고 말이다.


선과 악의 구도를 두루뭉실하게 하여 반전을 꾀하는 이야기와 달리, 명확하다. 뜬금없는 배신도 뒤통수를 치는 반전이랄 것도 없이 명확하다. 이 명확함이 통쾌한 스릴러를 만들었다. 완성도 높은 끝맺음이 소름을 돋게 하고 눈시울을 붉힌다. 목 안을 묵직하게 하던 불씨를 아름답게 발화시킨다.


책장을 덮고 나서야 맨 앞 표지의 제목에 있는 불에 데인 듯 일렁이는 감촉을 발견한다. 읽는 내내 화마에 떨었을 독자에게 작가가 주는 깜찍한 이벤트인가 보다. 센스 만점이다. 소설을 읽고나서 영화로 나왔으면 하는 바람을 좀처럼 갖지 않는 나다. 하지만 이 작품은 영화로도 만나보고 싶다. 영화도 흥행하여 작가에게 힘을 주고, 작가는 또 힘내서 다음 작품을 내주고, 나는 기쁠테고.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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