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개 장발
황선미 지음 / 이마주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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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숨 쉬는 한국의 정서


우리는 어렸고 우리의 부모들이 젊었을 시절, 우리네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아직은 정정해 급변하는 나라 정세를 따르느라 벅찼던 그 시절의 이야기이다. 작가의 십대 시절이 기억 속에서 나와 배경이 되었다. 푸른 하늘, 때 되면 지는 꽃노을, 가축들의 울음 소리와 냄새, 끼걱대는 철문, 담 넘어 느껴지는 이웃들과 음식 냄새... 직접 겪었는지 어쨌는지도 모를, 내게 남아 있는 그 시절의 막연한 느낌이다.


개와 사람이 서로를 반려하며 살아가는 요즘과는 달리, 사람은 주인으로서의 온정을 품고, 개는 마당에서 충성과 애교를 뽐내던 그 때, 강아지가 크기 전에 주머니 속 쌈짓돈으로 바뀌는 것이 운명이던 그 시절, 작가의 어릴 적 기억 속 자택 담벼락 너머의 이야기이다. 목청이 큰 할아버지 '목청씨'와 삽살개의 기운이 느껴지는 똥개 '장발'이 살아가는, 살아온 이야기. 목청씨네에서 태어난 한 별종 강아지가 친구를 사귀고 어른이 되며, 누군가를 떠나보내기도 누군가를 쫓아가보기도 하는 그런 일상을 그려냈다. <동물농장>처럼 동물을 의인화하여 어떤 메시지를 전달한다기보다 휴머니즘을 물씬 드러낸다. 우리 주변에 흔해서 지나치기 쉬운 그런 아름다움을 한 움큼 잡아챈 느낌이랄까.


"앞으로도 오솔길을 열심히 걸으며 사는 게 멋지다는 걸 알 수 있는 작품을 쓰려고 합니다." 작가의 소갯글이다. 오솔길을 열심히 걷겠다는 건지, 오솔길을 걸으며 작품을 쓰겠다는 건지 모호하지만 둘 다 응원합니다. 한국 정서의 애니메이션으로 유명한 <마당을 나온 암탉>. 나중에 애들이 크면 같이 보려고 아껴두었는데, 그때까지 참을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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