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로 - 내 기억이 찾아가는 시간
하창수 지음 / 연금술사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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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없는 미로


공감하거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단 한군데도 없는 글이다. 프롤로그에서 작가가 한 말만 읽었을 땐, 작가의 의도와 소설의 컨셉이 딱 부러지게 이해될 뿐더러 매우 신선해서 기대까지 되었건만. 본문에 들고 나서는 아무리 페이지를 넘기고 넘겨도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도통 모르겠더라. 나를 미로에 빠트리려는 것이었을까. 그렇다면 대성공이다. 에필로그를 지나서도 출구를 찾지 못했으므로.


책머리에 친절하게도 이야기의 세계관에 대한 설명이 있다. ADM(After Death Machine), Morphic field, Spirit field, Psychic field 등... 이 이야기의 배경인 2041년 미래에서는 철학적인 관념을 과학적 개념으로 바꾸어 증명하려 한다. 그러나 이 컨셉이 배경에서 멈추고 만 느낌이다. 이야기 속에 고스란히 녹아 있어야, 나 역시 그 세계에 빨려 들어갈 터인데 그럴 수 없었다. 심지어 소갯말처럼 철학을 과학의 영역으로 가져왔다는 인상도 받지 못했다. 독자와 세계관을 공유하지 못하는 사이언스 판타지는 혼잣말에 불과하다.


주인공 윤미로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중간중간 '인터벤션'이라는 것의 독백이 끼어든다. 마치 주인공의 현상황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처럼 끼어든 이 인터벤션이 하는 말은, 대부분이 나름 '철학적인 과학 이론'에서 비롯된 것이라서 가장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며, 이야기의 흐름마저 끊기 일쑤다. 미로를 헤매다 잘못든 길. 막다른 벽, 딱 그 느낌이다. 심지어 인터벤션 부분을 빼고 읽어 보면 그래도 이야기가 매끄럽게 흘러간다. 꼭 미로의 해답을 보고 있는 것처럼. 그러나 이렇게 읽어버리면 시덥잖은 이야기가 되고 만다. 정말 출구가 없다.


책 자체가 커다란 미로 같다. 출구도 없고. 의도된 것인 것 같으나 미로 자체도 재미가 없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만큼이나 신선한 컨셉이었으나, 적어도 나는 너무 어렵고 산만함을 느꼈다. 스릴? 글쎼, 스릴러보다는 그냥 드라마라고 표현하는 것이 낫겠다. 내가 부족해서일테지만 어쨌든 독자의 역량에 따라 호불호가 심하게 갈릴 책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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