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스터홀릭 1 - 내가 제일 좋아하는것은 몬스터
에밀 페리스 지음, 최지원 옮김 / 사일런스북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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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 몬스터들


'그래픽 노블'이라는 단어는 생소하더라도, 만화가 더 이상 어린이들만의 놀이가 아니라는 것은 많이들 알고 있다. 완성도 높은 세계관 속에서 탄탄한 스토리, 개성 있는 그림체가 그래픽 노블의 특징이라면, 소위 영화로 만들어지는 만화들, 마블 코믹스, DC 코믹스 등이 대표적일 수 있겠다. <<몬스터 홀릭>>은 '성인용' 그래픽 노블이다. 잔혹하고 선정적인 장면들이 겨우 얇은 여과지 한 장만을 통과하고 있을 뿐이다. 이에 더해 찡그리며 삐딱하게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어른들의 어두침침한 눈마저 필요한 작품이다.


캐네디 대통령의 저격, 마티 루터 킹의 암살이 발생했던, 유색 인종이 핍박 받던 1960년대 미국이 이야기의 주 무대이나, 거슬러서는 히틀러의 나치 정권, 홀로코스트 사건까지 실재한 역사를 큰 배경으로 삼는다. 주인공 캐런은 맥시코인과 미국 원주민의 혼혈아로서 스스로를 괴물로 그리고 진짜 괴물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괴짜 소녀로 묘사된다. 정의로운 인간은 죽임을 당하는, 괴물들이 득실대는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스스로 괴물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소녀의 어린 마음이 작품 전체에 베어 있다. 씁쓸하고 안타깝다.


주인공 주변에서 일련의 사건이 일어나고, 소녀가 이를 해결하려 하면서 미스터리 추리물의 성격을 띠는가 했으나, 글쎄다. 난해하다. 주변의 많은 것들을 어린 아이의 눈을 통해 살짝 비킴으로써 은유와 암시가 난무한다. 좋게 말하면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작품이고, 반대로면 작가의 의도를 온전히 파악하기 어려운 작품이다.


'노블'로써는 아쉬움이 남지만, '그래픽'의 측면에서는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연습장에 끄적거린 데생의 컨셉을 갖지만, 그림이 주는 느낌은 어느 건물 벽의 멋들어진 그래피티와 옛 유명 인상주의 화가들의 작품 그 사이 어디쯤이다. 평소 그림에 관심이 있는 이라면 한 장 한 장 넘기기가 무척 힘들 것이다. 특히나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내 그림들을 작가만의 방식으로 재탄생시킨 점은 이 작품 중 압권이다.


미스터리, 추리, 호러, 그래픽 노블 등 다양한 선전문구가 붙었던 책인만큼 한두 가지로 규정할 수 있는 작품은 아니다. 또한 어떤 한가지를 기대하고 이 책을 본다면 실망하기 쉬울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이 가진 독창적인 개성과 매력은 존재감이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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