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보 씨의 더블린 산책
황영미 지음 / 솔출판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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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


작가가 1992년 등단한 작품부터 올해에 들어 오랜만에 내놓은 작품까지 8편의 단편을 엮은 책이다. 20년이 훌쩍 넘은 세월 동안의 작품들임에도 단편들 사이에 통일감이 확실하다. 이렇게 어떤 한 가지라도 같은 맥락이 있는 작품들을 한데 모았을 때 좋은 단편집이 탄생한다고, 어디선가 들었던 것 같은데 이 책도 그렇다. 


단편들이 모두 산문과 소설 사이 그 어디쯤엔가 서 있다. 소설인 줄 알고 읽다가 산문인가 싶기도 하고, 그 반대이기도 한다. 소설의 구성을 보이나, 에피소드보다 주인공의 내적 갈등, 성찰 등에 대한 묘사가 첨예하기에 산문 같기도 하는 듯하다. 8개의 작품 모두에서 주인공들은 각자의 갈등을 터뜨리지 않고 끌어안고 있다. 그런 채 주변을 탐문하며 각자만의 해결을 본다. 조용히, 모든 것을 주인공의 심리 안에서 끝낸다.


그 누구보다  철두철미한 외과의사의 불안감, 의료 소송과의 갈등. 예술의 현실 참여 문제와 관련한 예술가의 갈등. 아내와 엄마가 된 한 여자의 시집살이에 대한 갈등. 땅과 그 위에 사는 인간들 사이의 갈등. 바다 위 고독한 배 안에서 또다른 고독과 싸워야하는 인물들의 갈등...


학창시절 수험준비를 위해 읽던 한국의 근현대 단편문학들이 생각난다. 심지 굳은 작가들의 굳건한 표현들, 그 아래 품고 있는 강렬한, 때로는 허무한 메시지들. 하지만 누가 짚어주기 전엔 내 스스로 풀어 헤치기엔 어려운, 그런 작품들과 비슷하다. 내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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