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의 감정 - 갈등하는 의사, 고통 받는 환자
다니엘 오프리 지음, 강명신 옮김 / 페가수스 / 2018년 6월
평점 :
절판


의사도 사람이다


의사이기 이전에 사람으로써 의사의 모습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추었다. 평범한 인간이 일생동안 한두번 접할 뻔한 상황에 너무도 쉽사리, 그리고 당연하게 노출되는 의사들의 스트레스를 수면 위로 올렸다. 공포, 슬픔, 수치심, 죄책감, 환멸감, 우울감, 압박감 등, 평범한 이들이 흔히 스트레스라고 일컫는, 인간성을 침해할만한 이러한 감정적, 정신적 스트레스들에 의사들은 너무도 당연하게 노출되어 있다. 너무도 당연해서 의사 본인도 이를 인지하지 못한다. 누구도 공감해주지 못하는 세상 속에서 그렇게 자신을 침식당하며 살아간다.

 

작가는 의학의 최전선에 서 있는 심장내과 전문의이자, 수련의를 가르치는 교육자이다. 그녀가 첫 의사면허를 달았을 때부터 지금까지 살아온 의사로서의 삶에 대한 이야기이다. 아니 의사인 사람으로서의 이야기이다. 나 역시 의사이다. 그래서 이 책은 내게 객관적일 수 없다. 지극히 주관적으로 다가와 내 가슴에 뜨거운 물을 들이붓는다.


의사와 환자 사이의 공감, 이를 방해하는 장벽들에 대한 주의를 주며 최선의 치료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방향까지 제시한다. 환자를 보는 의사의 시선, 즉 선입견이나 편견 등이 공감에 미치는 좋고 나쁜 영향들을 설명한다. 타인의 생사를 손에 쥐고 있음에 대한 두려움, 이에 찾아오는 고통과 슬픔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는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모두가 우리에게 냉정하면서 따뜻하기만을 기대했지, 그 누구도 피폐해진 의사의 감정을 신경쓰지는 않는다.


실수가 누군가의 목숨과 직결된다는 압박감, 자책과 수치심, 결국 찾아드는 회의감과 환멸. 아마 모든 의사들에게 와닿는 이야기일 것이다. 면허를 받는 순간부터 의료를 그만둘 때까지, 언제 어느 때고 찾아올 수 있는 일종의 직업병이라고나 할까. 여기에 소송을 무기로 하는 협박에까지 시달리다 보면... 더 말을 잇고 싶지 않다.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모조리, 격하게 공감한다. 비의료인들이 읽는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 의사는 안드로이드처럼  일하지만, 본질은 같은 사람임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의사도 사람 대접을 받으려면, 인간적이어야 할 것이다. 의사나 환자가 서로, 결코 다르지 않음을 이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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