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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컬러 팔레트 - 경단녀에서 창업자로
김희연 지음 / 이유출판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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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여성운동가 베티 프리단(1921-2006)은 고학력 중산층 백인 기혼녀들이 우울증에 시달리는 현상에 대해 인터뷰와 연구를 진행했다. 그녀는 당시 미국 여성들이 가정생활에 매여 사회적 능력을 발전시키지 못하는 현실을 ‘이름 없는 문제(the problem that has no name)’라며 남성 중심 사회를 비판하고, 중산층 가정을 ‘여성의 안락한 포로수용소’라며 ‘남편과 아이들 뒷바라지 말고 자신에게 의미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녀의 첫 책이 센세이션을 일으킨 것이 1960년대인데,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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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나라 여성의 대학진학률은 무려 15년 넘게 남성보다 높지만 고용률은 50% 수준이라는 통계가 있다. 피부로 느껴지는 현실도 다르지 않다. 남자가 직장을 유지하고 커리어를 쌓아가는 것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반면 여성의 커리어는 특히 출산과 함께 언제든 가정을 위해 접어둘 수 있는 선택안으로 치부되는 일이 많다.
결혼과 함께 남편의 유학길에 올라서 뒷바라지를 하고 “내가 박사를 만들어 왔잖아.”라고 말하는 고학력 전업주부가 내 주변에만도 몇 명이나(!) 있다. 베티 프리단 이후 반세기가 넘게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기혼 여성이 자신의 커리어를 쌓아가려면 비상한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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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운서로 일하다 20대 후반 이른 나이에 결혼한 저자는 딸을 기르며 주부로서 최선을 다했지만 만족하지 못하고 괴로워하던 중 친구가 전해준 페미니즘 책 한권을 읽고 대학원에 진학한다. 그녀의 변화를 불편해하는 남편과 이혼하고 마케팅 전문가로 오랜 기간 직장 생활을 거친 후 이미지 컨설팅 사업을 시작하게 된다.
흔한 성공 스토리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자신도 몰랐던 자기 자신을 발견하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모습, 직장생활과 이직의 노하우, 젊은 파트너와 동업하며 새로운 사업을 일구어가는 과정, 지금도 새로운 자격증과 배움에 도전하며 “삶의 생산적 주체자”로 살아가는 모습을 이 책에 진솔하게 담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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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생산적 주체자의 모습은 다양하다. 꼭 돈을 많이 벌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일정한 공간을 오가며 비슷한 환경에서 비슷한 사람들을 만나고 비슷한 일상을 보내다 보면 새로운 도전을 모색하기 어려워진다. 나이 들면서 특히 그렇다…[중략] 불안과 호기심이 나를 전전긍하게 만든다. 아는 사람이 없으면 되는 일이 없다는 건 옛날 말이다. 도처에 전문가와 전문 지식이 널려 있다. 필요하다면 매일 넘기는 광고라도 클릭해보면 된다. 운이든 돈이든 찾아다녀야 나에게 온다.”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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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책방 집수리 - 길담서원 이전일지
이재성.이정윤 지음 / 이유출판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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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나도 카페나 서점을 하고 싶었던 적이 있다. (누구나 한 번쯤은?) 실제로 운영하는 분들의 사례를 보고 나서는 만만치 않은 일임을 알게 되었으나, 서점 운영의 이면이 궁금하고 또 자신의 스타일로 공간을 꾸미는 과정에 관심이 많아서 이 책을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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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질적인 변화를 추구하며
길담서원은 서울의 서촌에서 12년간 강의와 공부 모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했던 서점이다. 높은 월세를 비롯한 현실적인 이유로 2020년에 문을 닫게 되자, 책방지기로 일했던 자매, ‘여름나무’와 ‘베짱이뽀’는 충남 공주로 이전하여 서점을 이어가게 된다.
이들은 오랫동안 “이러저러한 대화에서 한마디 거들 수 있는 소비재가 아니라 스스로 하는 공부를 통해서 삶의 질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도록 생산적인 인문학 공부를 하고자” 했지만 실험적인 여러 시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자신들의 삶의 토대가 탄탄하지 못하고 땅에서 멀어져 있다는 불안감이 있었다. 그래서 더욱 자연과 가까운 곳에서 직접 몸을 쓰며 서점을 열어가는 과정을 중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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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으로 헤쳐가는 해체와 조합의 과정
48년 된 옛집을 찾아 서점으로 수리하는 과정은 지난했다. 그런 일을 해보지 않은 두 사람이 달려들었으니 당연히 어렵겠지, 생각하고 책을 펼쳤는데 읽다 보니 ‘에휴, 이거 아주 집을 새로 짓는 게 낫지 않을까’ 싶을 정도였다.
일단 낯선 도구들을 잔뜩 구비하고 해체를 시작해야 한다. 천장을 뜯을 때 고양이나 쥐의 사체가 나오는 장면부터 난관이었다. 먼지와 싸우며 뜯어낼 곳을 뜯어내고 쓰레기를 버리고 전기를 연결하고 계단을 보강하고 갈고 닦고 칠하고 도배를 하고 벽돌을 쌓고 미장을 하고 창을 내고 화장실을 시공하고 배관 공사를 거쳐 겉으로 보이는 모든 면을 마감하는 작업까지, (극히 일부분만 외부 기술자의 도움을 받고) 유튜브와 지인을 통해 배우며 스스로 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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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버틸 수 있었던 이유
하루에 정해진 노동시간만 일하고 1만보 산책을 하고 매일 밤 책을 읽겠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시간이 갈수록 몸이 고단해서 산책과 독서를 생략하기도 했고 병원에서 무조건 쉬어야 한다는 말을 듣고 부득이 일을 멈추어야 하는 시간도 있었다.
“죽을 것 같다”는 말이 나올 만큼 힘든 와중에 낯선 곳이지만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의논하고 같이 풀어갈 이웃이 있어 다행이었다. 두 사람은 번아웃이 오지 않도록 사이사이 다정한 지인들도 만나고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9곳의 서원을 돌아보며 앞으로 길담서원의 지향점을 찾아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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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수리를 통해서 본 삶의 이야기
집을 해체하고 꾸미는 과정만큼이나 저자가 만난 사람들과 읽은 책 이야기, 생각한 내용이 담겨 있는데, 무엇보다 저자가 늘 공부하고 생각하는 사람이어서 일상에서 부딪치는 문제에 대하여 사고하고 적용하는 방식이 인상적이었고 배운 점이 많다.
그녀들은 애초에 원했던 대로 무슨 소재의 대화가 나와도 한마디 거들 수 있는 소비재로서의 공부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숨을 쉬듯 자연스럽게 공부하고 몸으로 산다는 게 어떤 것인지 겪어보며 삶의 질적인 변화를 가져온 것이다. 획일화된 삶의 방식 대신 자기 방식대로 사는 길을 찾고 싶은 독자들이 반길 만한 책이다.
“지난 세월에 집착하느니 다시 소박한 삶, 나다운 삶을 보듬고 흔들리지 말자고 다짐했다. 유튜브 속의 세상은 내가 공부해온 것, 좋다고 여겼던 것, 추구했던 것과는 다른 방향의 삶이었다. 소비자본주의는 흙과는, 근본과는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었으니까.…마음의 정리가 끝나고 나서야 다시 일을 시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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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은 한 마리 새 - 정경심과 영미시 함께 읽기
정경심 지음 / 스토리두잉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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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말처럼 책에 실린 시들은 강한 생명력이 있다. 시라는 것이 누구나 가까이하기에는 난해한 측면이 있고 마음에 와닿지 않는 경우도 많은데 여기 실린 작품들은 한편 한편 독자의 마음을 두드린다. 그만큼 오랜 시간 사랑받아온 명시들을 모아 공감 가는 해설과 함께 실었다.


40여년간 영문학을 연구하고 가르쳐온 학자이자 희망 없는 시기를 몸소 지나온 저자는 인생사의 기쁨과 슬픔, 절망과 희망을 고루 다룬 66편의 시에 다른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독자는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이나 새무얼 울만의 <청춘>처럼 널리 인용된 시들을 보며 익숙한 노래처럼 편안한 느낌을 받기도 하고 , 이런 의미가 있었구나새삼 깊은 감흥에 젖는다. 19세기 초반 영국 요크셔 서부, 지역의 오염된 탓인지 평균 수명이 22세였고 태어난 아기의 40% 6세를 넘기고 죽어, 삶이 온통 슬픔과 고난으로 있던 시절에 교구 목사의 딸로 희망 없는 세상을 지켜보며 시를 썼던 에밀리 브론테의 심상을, 비슷한 시기 미국에서 은둔의 삶을 살면서도 결코 희망을 놓지 않았던 에밀리 디킨슨의 시와 마음을 세심한 번역과 해설로 더욱 깊이 있게 감상할 있었다.


시적인 분위기를 잔잔히 돋우는 삽화도 아름답다. 오래도록 읽히며 독자의 사랑을 받을 만한 책이며, (상대의 취향에 맞추기 어려워 선물은 고민하게 되지만) 다양한 시인과 작품이 수록되어 있고 꺾이지 않는 마음을 응원하는 메시지가 있어 선물용으로도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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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의 끝에서 개가 가르쳐 준 소중한 것
다키모리 고토 지음, 권남희 옮김 / 마리서사(마리書舍)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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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쉽게 읽힌다. 문장에 복잡한 수식어도 없고 문단도 짤막짤막하여 평소에 책이라면 몇 장만 읽어도 지루해지는 사람이라도 쉽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장면마다 화자가 달라져서 잠깐, 이건 누구 시점이지? 하고 신경을 쓰면서 예기치 못한 사건과 인물의 관계를 파악해 가는 재미가 있다.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어쩌면 우리 주변에서 한번 봤을 법한 평범한 사람들이다. 이동도서관을 운영한다지만 만화책을 좋아하는 백수 같은 중년의 미츠 씨, 머리를 노랗게 물들이고 어른에게도 버릇없이 말을 하는 소년 히로무, 집 나간 아들을 걱정하는 아버지, 편의점 직원으로 여자친구가 자기와 사귀어 주는 것만 해도 고맙다고 생각하는 소심한 청년, 치매로 소녀처럼 행동하는 할머니와 그런 부인을 지키는 남편등등

일련의 사건을 통해 저마다의 사연이 있고 힘든 과거가 있는 것이 밝혀지는데, 보육시설에서 자라며 원장 알레르기가 있다고 말하는 히로무는 자신이 유괴되면 혹시나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까 꿈을 꿀 만큼 외로움이 많은 아이다. 그럼에도 응석을 부리기보다는 어른처럼 쿨한 모습을 보인다. 히로무가 창고에 갇혀 사는 개를 풀어 주자고 주장하면서 이런저런 사건들이 이어지는데 그 가운데서 묘하게 이들은 서로에게 의지가 되고 돕게 된다.

어리석은 판단으로 실수도 하고 법적인 책임도 지게 되지만 주요 등장인물들 중에 정말 나쁜 사람은 없어서 왠지 마음이 편해진다. 그래도 세상은 살 만하다고 느끼게 된다고 할까.

전체적으로 손에 쏙 들어오는 판형과 진달래색 면지까지, 책의 모양도 마음에 들고, 무엇보다 개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더욱 애정이 가는 소설이다.



"사람은 살지 않으면 안 된다, 살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이 내가 부모에게 유일하게 배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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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문장을 읽고 또 읽었다 - 지적이고 행복한 삶을 위한 문장의 향기
허연 지음 / 생각정거장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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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만 읽어도 좋고, 이 책을 통해 다른 시와 소설과 철학으로 가면 더욱 좋은 매력적인 독서 에세이. 쟁쟁한 작가들의 문장을 돋보이게 실었지만 시인이기도 한 저자의 글이 때로 저릿하게, 머리를 한 대 맞은 듯이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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