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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의 끝에서 개가 가르쳐 준 소중한 것
다키모리 고토 지음, 권남희 옮김 / 마리서사(마리書舍) / 2018년 4월
평점 :
절판
이 소설은 쉽게 읽힌다. 문장에 복잡한 수식어도 없고 문단도 짤막짤막하여
평소에 책이라면 몇 장만 읽어도 지루해지는 사람이라도 쉽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장면마다 화자가 달라져서 잠깐, 이건 누구 시점이지? 하고 신경을 쓰면서 예기치 못한 사건과 인물의 관계를 파악해 가는 재미가 있다.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어쩌면 우리 주변에서 한번 봤을 법한 평범한 사람들이다. 이동도서관을 운영한다지만 만화책을 좋아하는 백수 같은 중년의 미츠 씨, 머리를
노랗게 물들이고 어른에게도 버릇없이 말을 하는 소년 히로무, 집 나간 아들을 걱정하는 아버지, 편의점 직원으로 여자친구가 자기와 사귀어 주는 것만 해도 고맙다고 생각하는 소심한 청년, 치매로 소녀처럼 행동하는 할머니와 그런 부인을 지키는 남편… 등등
일련의 사건을 통해 저마다의 사연이 있고 힘든 과거가 있는 것이 밝혀지는데, 보육시설에서
자라며 “원장 알레르기”가 있다고 말하는 히로무는 자신이
유괴되면 혹시나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까 꿈을 꿀 만큼 외로움이 많은 아이다. 그럼에도 응석을 부리기보다는
어른처럼 쿨한 모습을 보인다. 히로무가 창고에 갇혀 사는 개를 풀어 주자고 주장하면서 이런저런 사건들이
이어지는데 그 가운데서 묘하게 이들은 서로에게 의지가 되고 돕게 된다.
어리석은 판단으로 실수도 하고 법적인 책임도 지게 되지만 주요 등장인물들 중에 정말 나쁜 사람은 없어서 왠지
마음이 편해진다. 그래도 세상은 살 만하다고 느끼게 된다고 할까.
전체적으로 손에 쏙 들어오는 판형과 진달래색 면지까지, 책의 모양도
마음에 들고, 무엇보다 개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더욱 애정이 가는 소설이다.
"사람은 살지 않으면 안 된다, 살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이 내가 부모에게 유일하게 배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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