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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은 한 마리 새 - 정경심과 영미시 함께 읽기
정경심 지음 / 스토리두잉 / 2024년 2월
평점 :
저자의 말처럼 이 책에 실린 시들은 강한 생명력이 있다. 시라는 것이 누구나 가까이하기에는 난해한 측면이 있고 마음에 와닿지 않는 경우도 많은데 여기 실린 작품들은 한편 한편 독자의 마음을 두드린다. 그만큼 오랜 시간 사랑받아온 명시들을 모아 공감 가는 해설과 함께 실었다.
40여년간 영문학을 연구하고 가르쳐온 학자이자 희망 없는 시기를 몸소 지나온 저자는 인생사의 기쁨과 슬픔, 절망과 희망을 고루 다룬 66편의 시에 또 다른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독자는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이나 새무얼 울만의 <청춘>처럼 널리 인용된 시들을 보며 익숙한 노래처럼 편안한 느낌을 받기도 하고 ‘아, 이런 의미가 있었구나’ 새삼 깊은 감흥에 젖는다. 19세기 초반 영국 요크셔 서부, 그 지역의 오염된 물 탓인지 평균 수명이 22세였고 태어난 아기의 40%가 6세를 못 넘기고 죽어, 삶이 온통 슬픔과 고난으로 차 있던 시절에 교구 목사의 딸로 희망 없는 세상을 지켜보며 시를 썼던 에밀리 브론테의 심상을, 비슷한 시기 미국에서 은둔의 삶을 살면서도 결코 희망을 놓지 않았던 에밀리 디킨슨의 시와 마음을 세심한 번역과 해설로 더욱 깊이 있게 감상할 수 있었다.
시적인 분위기를 잔잔히 돋우는 삽화도 아름답다. 오래도록 읽히며 독자의 사랑을 받을 만한 책이며, (상대의 취향에 맞추기 어려워 책 선물은 고민하게 되지만) 다양한 시인과 작품이 수록되어 있고 꺾이지 않는 마음을 응원하는 메시지가 있어 선물용으로도 매력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