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책방 집수리 - 길담서원 이전일지
이재성.이정윤 지음 / 이유출판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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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나도 카페나 서점을 하고 싶었던 적이 있다. (누구나 한 번쯤은?) 실제로 운영하는 분들의 사례를 보고 나서는 만만치 않은 일임을 알게 되었으나, 서점 운영의 이면이 궁금하고 또 자신의 스타일로 공간을 꾸미는 과정에 관심이 많아서 이 책을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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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질적인 변화를 추구하며
길담서원은 서울의 서촌에서 12년간 강의와 공부 모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했던 서점이다. 높은 월세를 비롯한 현실적인 이유로 2020년에 문을 닫게 되자, 책방지기로 일했던 자매, ‘여름나무’와 ‘베짱이뽀’는 충남 공주로 이전하여 서점을 이어가게 된다.
이들은 오랫동안 “이러저러한 대화에서 한마디 거들 수 있는 소비재가 아니라 스스로 하는 공부를 통해서 삶의 질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도록 생산적인 인문학 공부를 하고자” 했지만 실험적인 여러 시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자신들의 삶의 토대가 탄탄하지 못하고 땅에서 멀어져 있다는 불안감이 있었다. 그래서 더욱 자연과 가까운 곳에서 직접 몸을 쓰며 서점을 열어가는 과정을 중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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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으로 헤쳐가는 해체와 조합의 과정
48년 된 옛집을 찾아 서점으로 수리하는 과정은 지난했다. 그런 일을 해보지 않은 두 사람이 달려들었으니 당연히 어렵겠지, 생각하고 책을 펼쳤는데 읽다 보니 ‘에휴, 이거 아주 집을 새로 짓는 게 낫지 않을까’ 싶을 정도였다.
일단 낯선 도구들을 잔뜩 구비하고 해체를 시작해야 한다. 천장을 뜯을 때 고양이나 쥐의 사체가 나오는 장면부터 난관이었다. 먼지와 싸우며 뜯어낼 곳을 뜯어내고 쓰레기를 버리고 전기를 연결하고 계단을 보강하고 갈고 닦고 칠하고 도배를 하고 벽돌을 쌓고 미장을 하고 창을 내고 화장실을 시공하고 배관 공사를 거쳐 겉으로 보이는 모든 면을 마감하는 작업까지, (극히 일부분만 외부 기술자의 도움을 받고) 유튜브와 지인을 통해 배우며 스스로 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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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버틸 수 있었던 이유
하루에 정해진 노동시간만 일하고 1만보 산책을 하고 매일 밤 책을 읽겠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시간이 갈수록 몸이 고단해서 산책과 독서를 생략하기도 했고 병원에서 무조건 쉬어야 한다는 말을 듣고 부득이 일을 멈추어야 하는 시간도 있었다.
“죽을 것 같다”는 말이 나올 만큼 힘든 와중에 낯선 곳이지만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의논하고 같이 풀어갈 이웃이 있어 다행이었다. 두 사람은 번아웃이 오지 않도록 사이사이 다정한 지인들도 만나고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9곳의 서원을 돌아보며 앞으로 길담서원의 지향점을 찾아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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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수리를 통해서 본 삶의 이야기
집을 해체하고 꾸미는 과정만큼이나 저자가 만난 사람들과 읽은 책 이야기, 생각한 내용이 담겨 있는데, 무엇보다 저자가 늘 공부하고 생각하는 사람이어서 일상에서 부딪치는 문제에 대하여 사고하고 적용하는 방식이 인상적이었고 배운 점이 많다.
그녀들은 애초에 원했던 대로 무슨 소재의 대화가 나와도 한마디 거들 수 있는 소비재로서의 공부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숨을 쉬듯 자연스럽게 공부하고 몸으로 산다는 게 어떤 것인지 겪어보며 삶의 질적인 변화를 가져온 것이다. 획일화된 삶의 방식 대신 자기 방식대로 사는 길을 찾고 싶은 독자들이 반길 만한 책이다.
“지난 세월에 집착하느니 다시 소박한 삶, 나다운 삶을 보듬고 흔들리지 말자고 다짐했다. 유튜브 속의 세상은 내가 공부해온 것, 좋다고 여겼던 것, 추구했던 것과는 다른 방향의 삶이었다. 소비자본주의는 흙과는, 근본과는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었으니까.…마음의 정리가 끝나고 나서야 다시 일을 시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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