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드롭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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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에쿠니 가오리의 문체를 좋아한다. 사실 가끔은 단조롭고 평이하여 지루하다고 느끼는 적도 있지만 대체로 담담하고 쉬이 읽히고 일상의 내용을 다루기에 적합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소설보다는 에세이를 읽을 때 그 표현들이 더욱 담백하게 와닿는 편인데, 작가가 여행을 하면서 느꼈던 소소하고 잔잔한 에피소드와 감상을 다룬 이 책도 역시 그러했다.

당일치기와 여행, 당일치기와 소풍의 차이가 뭘까, 거리감으로 판단할 수 있는걸까. 멀리 가는 것이 여행이라면 멀리 가는 출장은 왜 여행이 될 수 없을까. 질문을 받아들고 나도 같이 생각해 보면서 읽게 된다. 가끔 훌쩍 떠나고 싶을 때가 있는데 꼭 그게 멀어야 하거나, 비행기를 타야 하거나, 하룻밤 묵고 와야하는 것은 아닌 경우가 있다. 일상의 것들에서 잠시 벗어나 오롯이 그곳에서의 시간을 즐길 수 있는 것이 여행일까. 차분히 시간을 두고 가끔 생각하며, 여행을 떠나는 시간을 가지고 싶어졌다.

여행지에서 비가 내리면 날씨 때문에 망쳤다고 생각하기 마련인데, 료칸에서의 비라니 더없이 낭만적일 수 없는 순간이다. 결국 사람은 마음가짐에서 모든 것이 결정되는 것일까. 비가 와서 더욱 좋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여행은 사실 비가 오지 않아도 좋은 여행이었을 것이다. 걸어서 관광을 해야 하는 지역이었다 하더라도 비가 오면 얼마나 좋은가, 평소보다 사람이 없어 한가할테니 말이다. 그리고 해가 반짝 뜬 관광지의 사진은 사실 인터넷에 더 잘 찍혀있는 것이 많을터인데 나는 빗속의 촉촉한 관광지의 풍경을 보게 되었으니 그 또한 여행의 멋진 장면일 것이다. 여행은 떠난 그 순간부터 좋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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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팅은 컬처블룸을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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