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의 저택 폴라 데이 앤 나이트 Polar Day & Night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조호근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8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추석, 설이 되면 가족이 모인다. 시집가고 장가가면 떨어져 사는 경우가 많기에 오랜만에 일가친적을 만나는 날이 명절이다. 8시간에 걸쳐 친정으로 내려가면서 다음엔 부모님께서 올라왔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내려간 덕에 외삼촌, 외숙모, 사촌동생들도 만났으니 그 정도의 고생은 보상받은 셈이다. 


8시간이 대수랴, 저~ 멀리 유럽에서도 오고, 아시아에서도 오고, 섬에서도 먼 길을 마다 않고 모이는 가족이 여기 있다. 천년을 산 할머니, 멋진 큰 날개를 가진 삼촌, 창백한 남자와 나이든 간호사, 거꾸로 나이를 먹는 여인, 가족을 위협하는 친척 등 각종 유령들이 귀향파티를 위해 모인다. 그리고 단 한 명의 살아있는 사람인 티모시는 그들의 이야기를 기록한다. 그들의 이야기가 모여 만들어진 시월의 저택, 이 저택은 가족사진인 셈이다. 저택에 들어오는 유령들을 소개하다 저택의 소멸과 함께 소설은 끝난다. 각양 각색의 다른 삶이 저택의 여기저기에 담기는데, 꼭 우리의 삶 같다. 한 배에서 나온 형제, 자매도 성격이 다르고 취향도 다르다. 하지만 가족이기에 때론 싸우고 때론 서로의 불편을 받아들이며 사는 것이다. 시월의 저택처럼.

저택에 버려져 유령들의 사랑을 받고 자란 평범한 인간의 아이인 티모시는 특별한 능력이 없는 자신을 불평했다. 낮에 자고 밤에 활동하는 가족들처럼 되고 싶어했다. 그러나 영원한 삶을 사는 가족들이 떠나자 비로소 자신의 앞에는 죽음이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삶을 살아가는 것을 택했다. 유한한 삶을 살며 행복을 만끽하고 매순간 충실하기로.

네가 얻은 새로운 지혜를 이용해 충실한 삶을 사는 거란다.
매 순간을 즐기다가 오랜 세월이 흐른 후 자리에 누워서 행복한 기분으로 모든 순간을, 
모든 시간을, 흘려보낸 매년을 충실하게 살았고, 
우리 가족의 사랑을 받았음을 떠올리는 거지.

날아다니는 유령들이 보고 듣는 것들을 다 쫒아가기 어려워 읽기 쉽지 않다고 생각했었다.
다 읽고 보니, 그저 각양각색의 가족과 친척에 대한 이야기였다.
어느 집에나 있을 법한.
그래서 나의 가족이 떠올랐고 나의 친척들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조금 모나고 독특하더라도 나의 형제 자매니까

보듬어줄 수 있기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