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리스트가 되는 것은 포기했지만 집을 깔끔하고 깨끗하게 정돈된 상태로 유지하고 싶은 마음은 여전하다. 집안 구석구석을 정리하고 청소하면 어느 정도 단정하다.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드는 와중에 딱 한 군데 부엌만은 늘 아쉬움이 남는다.
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부엌을 이리 뜯어보고 저리 뜯어보다 모두 뜯어버리고 싶은 욕망이 차오르자 포기하고 내버려 두게 된다. 내 집이 아닌 이상 큰 변형은 무리라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부엌을 떠나면 부엌의 아쉬운 면이 보이지 않지만 식사 준비를 하러 부엌에 들어설 때마다, 요리를 할 때마다, 부엌 청소를 할 때마다 부엌을 제대로 사용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나처럼 부엌을 바꾸고 싶은 사람들의 소망을 담은 책 <미니멀라이프 부엌 사용법>이 출간되었다. 주부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복잡한 부엌에 대한 답답함을 반영하여 심플하고 깔끔하게 관리하는 방법이 담겨있다. 인기 미니멀리스트 23인의 부엌은 모델하우스 같고, 카페 같고, 레스토랑 같았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중앙에 놓인 부엌은 싱크대 위치를 바꾸는 것만으로 공간에 큰 변화를 줄 수 있다는 걸 보여주었다. 23인의 센스가 가득 담긴 부엌을 보며 내가 원하는 부엌의 모습을 구체화시켰다. 언젠가 내 마음대로 부엌을 설계할 수 있게 될 때 사용하리라 마음먹으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