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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야의 초록 리본 ㅣ 사계절 아동문고 97
박상기 지음, 구자선 그림 / 사계절 / 2020년 6월
평점 :
운전면허를 따고 도로주행 전 들었던 이야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조언은 도로에서 야생동물을 칠 경우 처리 방법이었다. 야생동물이 종종 출몰하는 지역에서 초보운전자가 운전할 때 가장 두려운 일은 도로에 야생 동물이 나타나는 일이었다. 제발 동물이 도로에 나오지 않길 바라며 천천히 운전했었다. 동물이 다니던 길을 사람이 편하자고 도로를 개간하고 부딪히면 위험한 속도로 다니면서 동물이 나오지 않길 바라다니 참으로 이기적인 사고 아닌가!
"두 발 괴물 눈에 띄었다가는 도망쳐도 소용없다니까.
<도야의 초록 리본> p.22"
<도야의 초록 리본>은 자기만 살겠다고 무자비하게 동물을 죽이는 인간들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담긴 소설이다. 고라니, 멧돼지, 들개, 까마귀, 청설모는 인간을 두 발 괴물이라고 부른다. 총을 든 사냥꾼이 동물들의 눈에는 괴물로 보이는 것이다. 동물을 죽이지 않는 등산객들도 동물에겐 불편한 존재인데, 도토리나 잣 등 열매를 모조리 가져가기 때문이다.
붉은 산을 궁금해하며 잣나무 숲에서 건너온 도라니 솔랑은 인간이 쳐 놓은 덫에 걸려 다리를 다치고 멧돼지 도야를 만난다. 도야는 붉은 산 구역의 우두머리로 힘으로 짐승들을 제압하며 붉은 산을 평화롭게 유지한다. 도야는 아픈 솔랑을 연민으로 치료해 주고 보살펴준다. 도야와 솔랑이 같이 지내며 정을 쌓이는 동안 겨울이 오고 사냥꾼들이 붉은 산을 쳐들어온다. 도야는 사냥꾼으로부터 붉은 산의 평화를 지켜낼 수 있을까? 솔랑은 자신을 잡아먹으려는 짐승들 가운데서 살아남아서 그리운 잣나무 숲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박상기 작가는 한밤중에 운전하다 만난 고라니의 눈빛을 잊지 못해 <도야의 초록 리본> 이야기를 썼다고 한다. 나는 이 책을 통해 당연하게 여겼던 인간의 터전과 유해 동물의 정의를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유해 동물이라 불리는 동물들이 처음부터 인간에게 불편한 존재였을까.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살 곳과 먹을 것이 사라져가서 어쩔 수 없이 밭과 논으로 내려와 농작물을 훔쳐먹는 것은 아닐까.
동물 입장에서 본다면 인간은 참으로 유해한 존재이다. 인간은 느닷없이 쳐들어와 동물 우리를 헤집고 저장해둔 먹이를 가져가거나 아예 죽여버리니까. 피해를 준다는 이유로 동물을 사냥하고 제거한다.
이제 인간이 동물에게 손을 내밀어야 할 때라고 작가는 말한다. 유해 동물, 유해 인간을 구분 짓지 말고 초록 리본으로 함께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면 좋겠다. 더 이상 인간의 욕심과 편견으로 멸종되는 동물이 없도록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