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메이르 - 빛으로 가득 찬 델프트의 작은 방 클래식 클라우드 21
전원경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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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보면 매혹적인 소녀의 얼굴에 빠지게 되는 <진주 귀걸이 소녀> 그림을 누가 그렸는지 아는가? 소설과 영화로 유명한 미술 작품이기에 그림은 바로 떠오르지만 화가의 이름은 잘 생각나지 않는다. 유명한 그림의 화가를 잘 모른다고 자책할 필요가 없는데 <진주 귀걸이 소녀>를 그린 화가 페르메이르는 사후 200년이 지난 뒤 유명해진 케이스여서 화가에 대한 자료가 극히 적다고 한다.


거장의 발자취를 따라가 작가의 삶과 작품을 재조명한다는 기획의도를 가지고 출간되는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 21번째 책에서 17세기 네덜란드 화가 페르메이르를 찾아간다. 페르메이르는 자신 보다 유명해진 그림을 남긴 화가이고 기록이 극히 드문 화가이며 감흥을 주는 그림을 그렸지만 단 35점의 그림만 남은 화가이다. 남겨진 자료가 희박한 화가를 따라가는 여정은 어떨까, 과연 화가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것인가, 수수께끼처럼 감춰진 화가 페르메이르의 일생을 알 수 있을지 기대감을 가지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흔히 페르메이르는 아무 자료도 남기지 않은 화가라고 말하고,

사실 그의 일생에 대해서는 남은 기록이 거의 없다.

그러나 페르메이르의 그림들은 어떤 자료들보다 더 확실하게

그의 발전과 변화를 웅변해주고 있었다.

p.28"

 

 작가는 글을 통해 자신을 남기고 화가는 그림을 통해 자신의 신념과 가치관, 화풍을 말한다.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에서 페르메이르를 소개하는 전원경 작가는 페르메이르에 대한 부족한 자료에도 불구하고 페르메이르의 그림들을 보며 화가를 탐구한다. 그 어떤 자료보다 확실하게 페르메이르를 만나는 방법이었다.


전원경 작가는 힘들고 바쁜 박사 논문을 통과하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길에 들른 네덜란드 국립미술관에서 페르메이르 작품을 관람하고 깊은 인상을 받는다. 그 작품은 누구나 아는 <진주 귀걸이 소녀>나 <우유를 따르는 하녀>가 아닌 <편지를 읽는 푸른 옷의 여인>이었다. 노란색 원피스 위에 파란색 웃옷을 입은 여인이 편지를 천천히 읽고 있고 왼쪽 창에서 들어온 햇빛은 여인을 찬란하게 비추고 있다. 뱃속의 아기와 곧 돌아올 남편에 대한 기쁨을 보여주는 그림이었는데, 박사 과정 후 새로운 시작을 앞둔 전원경 작가에게 희망을 전하는 그림이어서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고 한다.


페르메이르는 화려한 궁전이나 위대한 인물 보다 평범한 일상과 평범한 사람을 그림의 소재로 삼았다. 근면 성실하게 살아가는 사람들, 소박한 하루, 매일 보는 동네 모습을 담은 그림에서 친밀하고 온화한 분위기가 느껴지며 일상이 주는 매력을 선사받는다.



전원경 작가의 설명을 듣고 <우유를 따르는 하녀> 작품이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풍기는 아우라가 담겨 있기 때문이었다. 전원경 작가는 매일 반복해서 하는 일이라고 해도, 위치에 상관없이 열심을 다한다면 충분히 아름답다고 말한다. 집에서 혼자 청소와 빨래를 하고 저녁을 준비할 때 가끔 나는 뭐 하는 사람인가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그럴 때마다 <우유를 따르는 하녀>를 보고 내가 하는 일을 격려 받고 위로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일하는 모습은 그 일의 종류와, 그리고 일을 하는 사람의 외모나

나이와 상관없이 아름답다는 점이다.

우리가 매일 열심히 일하는 것은 결코 무가치한 과정이 아니다.

일은 우리 존재의 증명과도 다르지 않다.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며 보내는 하루 하루가 합쳐져서 우리의 삶을 이룬다.

그런 일상이 아름답지 않다면 대체 어떤 사람과 어떤 장면이 아름다울 수 있겠는가."

p.144



<진주 귀걸이 소녀>는 유명세만큼 의문이 다양한 그림이다. 그림 속 소녀는 누구를 모델로 했는지, 페르메이르와 어떤 관계인지 등 상상력을 자극하는 질문이 가득하지만 화가는 그 어떤 대답도 남기지 않았다. 그럼에도 <진주 귀걸이 소녀>는 언제나 매혹적인 표정으로 말을 건네온다.


페르메이르는 이후에도 소녀를 주인공으로 그림을 남기지만 <진주 귀걸이 소녀>만큼 눈에 띄고 사람을 끄는 매력을 가진 작품은 아니었다. 오히려 같은 화가의 작품인지 의심될 정도였다. 화가의 천재성이 발현되었다가 사그라드는 과정을 볼 수 있는 그림이었다.



 페르메이르는 빛을 자유롭게 사용하여 원근감을 표현하고 그림 속의 그림을 그려 숨은 의미를 찾는 재미를 선사했으며 교훈을 담아 배울 점이 있게 했다. 그는 말년에 생활고에 쫓겨 아쉬운 그림을 남겼지만, 그 이전에 남긴 그림만으로도 보는 이에게 감동을 주고 위로가 된다. 그래서 그의 그림은 도난당하기도 하고 위작이 나오기도 했다. 위작 작가 한 판 메이 헤런의 이야기는 페르메이르 그림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음을 보여주는 증거였다.


<진주 귀걸이 소녀>를 그린 화가는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서 이 책을 펼쳤다. 책에서는 화가 페르메이르의 삶과 성품, 그림 방식 등과 함께 그의 그림을 차례로 보여주었다. 몰랐던 그의 인생을 알아가는 시간도 유익했지만, 그림을 통해 페르메이르를 제대로 만날 수 있어 더욱 설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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