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사랑이 떠오르는 책

엄마라는 여자 ㅣ 비채×마스다 미리 컬렉션 3
마스다 미리 지음, 홍은주 옮김 / 비채 / 2020년 5월

사랑스러운 엄마 밑에서 사랑스러운 딸이 자라 엄마를 향한 애정이 듬뿍 담긴 <엄마라는 여자> 에세이집을 출간했다. 여성들에게 공감을 끌어내는 만화와 에세이를 쓰는 마스다 미리 작가는 이 책에서 엄마와 함께했던 즐거운 기억들과 엄마의 엉뚱하지만 귀여운 면모를 아낌없이 쏟아냈다. 엄마가 하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을 폭로하듯 시작하지만, 엄마니까 엄마라서 엄마이기에 그저 포용하고 마는 마스다 미리 작가가 멋지고 부럽다. 그녀가 엄마를 무한 애정으로 바라볼 수 있는 이유는 엄마가 애지중지 키웠기 때문이겠지.

단지 연로하신 부모님이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본가에 자주 내려가는 마스다 미리 작가를 보며 그렇지 못한 내 모습을 돌아보게 됐다. 싱글일 땐 엄마도 나도 바빠서라는 핑계로 본가에 자주 가지 안 했고 결혼 후에는 챙겨야 할 사람이 늘어서 쉽게 가지 못했다. 심지어 가족의 생일에 같이 밥을 먹은 일이 까마득한데, 올해는 부려 시간을 내어 엄마 생일에 찾아뵈었더니 얼굴을 본 것만으로도 정말 기뻐하셨다. 떨어져 사는 시간이 길어져 부모님께서 말씀은 안 하셔도 보고 싶어 하시는 마음을 쉽게 알아차리지 못했구나 싶었다. 요즘은 엄마에게 전화만 해도 좋아하신다. 딸이 신경 쓸까 봐 내 전화를 기다리시기만 하는 엄마에게 더 자주 전화해야겠는 마음이 든다.

나는 얼마나 엄마를 알고 있을까. 엄마에 대해 알아가는 질문 리스트를 찾아보았다. '엄마가 좋아하는 음식을 아는가. 좋아하는 노래나 좋아하는 여행지 혹은 자주 하는 습관은? 평소 일상이 어떠하며 요즘 관심사는 무엇인지 물어본 적이 있나.' 이 질문들에 당당히 대답할 수 없었다. 엄마와 떨어져 산 지 오래되었다는 핑계라도 대고 싶으나 엄마에게 신경을 쏟지 못했으며, 엄마를 잘 모른다는 사실이 내 말문을 막았다. 마스다 미리 작가는 엄마를 참 잘 아는데.

엄마가 준 사랑을 잊지 않으려 엄마와의 추억을 소중하게 기록해 온 마스다 미리 작가를 통해 어렸을 적에 내가 오해하고 몰랐던 엄마를 제대로 알기 위한 노력이 필요함을 배운다. 나이가 들수록 엄마와 이별할 날이 가까워지니 엄마에게 더 상냥하고 더 부드러우며 더 마음을 써야 한다는 것도. 돌이켜보면 나도 엄마 사랑을 잔뜩 받았으니 엄마에게 돌려드려야지.

내가 잊고 있었던 엄마의 사랑이 떠오르게 하고 엄마와 즐거운 추억을 쌓아야겠다는 마음을 불어넣어 준 <엄마라는 여자> 책에 고맙다.

자식 사랑이 넘쳐나고 책임감이 강하며 사교성이 좋고 소녀 감성도 있는 엄마에게,

엄마의 엄마를 기억하고 추억에 잠길 수 있도록 이 책을 선물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