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꽃 반달 그림책
김영경 지음 / 반달(킨더랜드)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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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한 호수처럼 보고 있으면 편안해지는 그림책을 만났다. 반달출판사에서 나온 김영경 작가의 <작은 꽃> 그림책이다.

표지만 보면 힐링이라는 단어가 쉽게 떠오르진 않는다. 파란색 아이가 들고 있는 노란색 작은 꽃을 바라보는 분홍색 아이가 있다는 걸 쉽게 발견하기 어려울 만큼, 커다랗고 빨간 벽 위에서 파란색 아이가 손을 내밀어 작은 꽃을 집고 있는 모습이 꽤 강렬하다.

그런데 표지를 계속 보다 보니 궁금한 것들이 생겨났다. 파란색 아이는 어디에서 작은 꽃을 발견한 걸까? 분홍색 아이는 왜 파란색 아이의 손바닥만큼 작은 걸까? 파란색 아이가 잡고 있는 노란색 작은 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등. 파란 아이와 분홍 아이 그리고 노란색 작은 꽃의 이야기가 궁금해 얼른 책을 펼쳤다.


파란 아이는 벽돌로 자기만의 성을 쌓고 있다. 쌓는 성의 크기만큼 자신도 자란다. 그렇게 쌓은 성에 갇힌 파란 아이에게 분홍색 작은 아이가 노란색 작은 꽃을 건넨다. 파란 아이는 그 꽃을 받아서 벽돌 위에 두고 다시 성을 쌓는다. 그러다 벽돌 위에 놓인 작은 꽃을 보게 되고, 작은 즐거움을 발견한다. 그 즐거움을 찾아 새로운 경험 속으로 나아간다.


자신의 성에서 빠져나온 파란 아이는 분홍색 작은 아이를 따라 작은 꽃들의 향기를 맡기도 하고 식물을 관찰하기도 하고 해바라기를 바라보기도 한다. 자기 성의 벽돌을 옮겨 분홍색 작은 아이가 해바라기를 볼 수 있도록 계단을 만든 일을 계기로 파란 아이는 자기만의 성을 부수고 분홍색 작은 아이와 함께 살아갈 성을 짓는다.

이 책은 그림으로 된 그림책이다. 미술관에서 미술 작품을 보듯 천천히 그림책을 감상할 수 있는 책이다. 글이 없어도 그림이 주는 메시지를 읽으며 자신만의 성을 부수고 세상으로 나오는 경험을 하게 된다. 자기만의 성을 쌓는 일도, 그 성을 넘어 밖으로 나오는 일도 딱딱하고 거칠어 보이는데 <작은 꽃> 그림책은 작은 노란 꽃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일은 알을 깨는 어마어마한 결단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누군가가 건넨 작은 배려 혹은 삶에서 발견한 작은 즐거움이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신만 알던 파란 아이가 작은 꽃을 통해 즐거움을 맛보고 함께하는 기쁨을 알아가는 과정이 참으로 예쁘다. 삶에 지쳐 소소한 행복조차 느낄 수 없을 때 <작은 꽃>을 읽으면 다시 삶의 작은 즐거움을 사랑할 수 있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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