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개의 회의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86
이케이도 준 지음, 심정명 옮김 / 비채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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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회사란 무엇인가.

네이버 어학사전에 의하면 '회사'라는 단어에는 상행위 또는 그 밖의 영리 행위를 목적으로 하는 사단 법인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즉, 회사는 영리를 위해 존재하는 단체이다. 회사라는 공동체를 이루는 사람들은 회사가 유지되기 위해 힘쓰고 붕괴되지 않기 위해 무마하는 경우도 있다. 개인의 입장에서 보면 작은 도덕적 문제에도 양심적으로 행동하지만 회사 입장에서 보면 양심적으로 행동하고 결정했을 때 닥치는 피해가 한 사람에게 집중되지 않기 때문에 쉽게 회피하고 무마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런 경향은 비단 회사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다. '집단 이기주의'라는 단어도 있을 만큼 집단의 부정부패를 드러내고 깨끗하게 하는 일은 쉽지 않다. 드라마 검사 내전에서 진영 지청장이셨던 김인주 검사가 진영시에서 부정부패의 압박을 받을 때는 지청장 자리를 내려놓으면서 막아냈는데 고위급 검사들의 비리를 드러내는 특별수사단에서는 덮으려는 모습을 보였다. 도려내야 하는 부위가 클수록 수술의 후유증이 걱정되어 시도하기 힘들게 되는 것 같다.


회사라는 조직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여러 모습을 그려내는데 탁월한 이케이도 준은 <일곱 개의 회의>라는 소설을 통해 회사의 고질적인 문제를 수면 위로 드러내고 해결할 방법이 있는지 묻는다. 회사의 고질적인 문제는 수익 창출이며 지출은 줄이고 수입은 늘려야 하는 어려운 문제이다. <일곱 개의 회의>에는 수익창출을 위해 발 벗고 뛰는 영업팀이 나오는데 포화 상태의 시장에서 영업팀의 이익을 늘리기 위해 생산 단가를 낮췄다. 제품을 안전하게 만드는 데엔 최소한의 생산 단가가 필요한데 그런 주의 사항을 무시하고 안전을 위협하는 제품을 만든 것이다.


큰 회사에서 회장의 소신과 다르게 자신의 승진을 위해 잘못을 저지른 사원을 어떻게 할까. 그 사원이 자신이 잘못해서 고객의 생명을 위협하는 제품을 만들었다고 사과문을 낼 수 있겠나. 작은 실수가 회사의 존폐를 위협하는 큰 사건이 된다면 회사는 전 직원을 위해서라도 감추고 모르는 척 덮으려 할 것이다. 잘못을 시인하는 순간 배상해야 하는 부분이 너무 크기 때문에. 이미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모습이다. 자동차의 급발진 사건, 가습기 살균제 사건 등에서 해당 회사는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진심으로, 네가 하는 일이 옳다고 생각해?"

그렇다면 이렇게 쉬쉬하고 덮는 일이 맞는 일일까? 다행히도 <일곱 개의 회의>에는 돈 때문에 고객의 삶을 무시하는 회사, 도쿄덴겐의 추악한 면을 폭로하려는 한 사람인 핫카쿠가 있다. 그도 수익 위주의 조직 분위기에 따라 무리하게 판매하다가 고객이 자살한 사연이 있기에 기업 재생을 위해 여러모로 힘을 쓴다.


"일이란 말이지, 돈을 버는 게 아니야.

사람들한테 도움이 되는 거야. 사람들이 기뻐하는 얼굴을 보면 즐겁거든.

그렇게 하면 돈은 나중에 따라와. 손님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장사는 망해."

<일곱 개의 회의>는 회의가 거듭되면서 도쿄덴겐의 본 모습이 드러나 결국 세상에도 밝혀진다. 작은 부정의 싹을 잘라내지 못하고 이익을 쫓은 도쿄덴겐은 큰 타격을 입었지만 잘못된 부분을 도려냈으니 기사회생의 희망이 있다. 쉽진 않아도 원리 원칙을 지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회사란 무엇인가' 이 질문이 계속 맴돌던 소설이었다. 회사는 이익을 위한 집단이 맞다. 그러나 당장 눈앞의 이익만을 쫓아가는 회사는 망할 수밖에 없다. 고객을 돈벌이로 보는 회사들이 이 소설을 읽고 진정한 회사의 의미를 되돌아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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