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의 힘 곤도 마리에 정리 시리즈 1
곤도 마리에 지음, 홍성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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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몇 시간을 들여 옷 수납장 정리를 했다. 수납함에서 옷을 모두 꺼내 버려야 할 옷들을 선별하고 처음으로 수납함 크기에 맞춰 정성껏 옷을 개어 넣었다. 옷과 관련된 물품이 산발적으로 보관되어 있어 찾아 넣느라 시간이 꽤 걸렸다. 수납함을 정리하고 나니 버릴 옷이 사과 박스 한 상자나 나왔다. 안 쓴다고 버리는 물건들까지 합하면 두 박스는 넘을 것이다. 시간도 많이 걸리고 에너지는 바닥나고 쓰레기만 잔뜩 나왔지만 정리하고 기분이 매우 좋았다. 내가 좋아하는 옷과 액세서리들로 수납함을 정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시간과 공을 들여 수납함에 공간을 나누고 옷을 개 넣었더니 계속 반듯하게 정리하고 싶은 마음이 솟구친다. 자, 이제 어디를 정리할까.

계절이 바뀌면 옷 수납장을 정리하는 편이라 평소에는 있는 데로 사는 편인데 어느 순간 수납함 내부가 정신 없어지기 시작했다. 이렇게 두면 안 될 것 같은 불안함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그래도 정리에 쏟아야 할 에너지를 생각하면 쉽게 손을 대기 싫었다. 다 꺼내고, 다 정리해서 다시 넣는 것. 그건 어쩌면 더 이상 넣을 공간이 없다는 부족한 수납함 때문일지도 몰랐다. 그렇게 넓은 집에 대한 욕망을 키워가고 있을 때 나는 곤도 마리에의 <정리의 힘>을 만났다. 

살림을 잘하려고 이전에도 정리에 대한 책을 몇 권 읽었지만 매일 에너지를 들여 정리하는 습관을 들이는 게 어려워 포기하거나 물건을 버리는 일로 고민하다 미니멀리스트를 안 하기로 했었었다. 그랬던 나를 곤도 마리에는 몸을 움직여 옷장 정리를 하게 만들었다. 정리를 하고자 하는 사람은 누구나 정리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어렴풋이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정리의 힘>도 여타 다른 정리 관련 책과 비슷하겠지'하는 생각으로 책을 열었는데 곤도 마리에는 정리를 쉽게 하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정리는 장소별이 아니라 물건별로 정리하라, 설레지 않는 물건은 버려라, 추억의 물건은 가장 나중에 버려라, 방치된 물건은 과감히 떠나보내라, 물건의 포장지는 바로 뜯어라 등 하나같이 내가 정리 인간이 되는 데 도움이 되는 조언이었다. 특히 '설레지 않는 물건은 버려라' 부분을 읽고 나는 나름 정리하며 살고 있다고 자부했는데 내게 아직 물건에 대한 미련이 많았음을 알게 되었다. '비싸게 주고 샀는데, 가족에게 받은 건데, 아직 쓸만한데, 다시 사려면 다 돈인데'라는 생각으로 수납장 곳곳에 자리만 차지하는 물건이 많았다. 

과감하게 버리기로 결정했다. 설레지 않는 물건들에게 작별 인사를 고하고 상자에 담아 봉했더니 미련이 싹 사라졌다. 묵은 체증이 다 내려가는 느낌도 들었다. 정리에 지쳐있던 내가 다시 힘내어 신나게 버리고 즐겁게 정리할 수 있도록 도와준 <정리의 힘>이 너무 고맙다. 

물건이 자꾸만 쌓여갈 때, 정리 권태기가 돌아올 때 또 읽고 정리 생활을 이어가야겠다. 나만의 정리 노하우가 생겨 정리가 더 이상 힘들지 않을 때까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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