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당신의 평온을 깼다면
패티 유미 코트렐 지음, 이원경 옮김 / 비채 / 2020년 1월
평점 :
절판


제목부터 심상치 않고 표지도 강렬한 책을 만났다. <내가 당신의 평온을 깼다면>이라는 책이다. 내가 당신의 평온을 깼다면 미안하다는 말인지, 내가 당신의 평온을 깼다면 당신도 나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겠네요라는 말인지 그 이야기가 궁금해서 얼른 책을 펼쳤다. 

<내가 당신의 평온을 깼다면>은 주인공 헬렌이 남동생의 사망 소식을 들은 후 유년기의 집으로 돌아가 남동생이 죽은 이유를 찾아가는 이야기이다. 헬렌과 남동생은 한국에서 입양되었는데 헬렌은 억압적인 입양 가정에서 반항을 일으키다 집을 나와 뉴욕으로 갔고 남동생은 입양 부모를 돌보며 하루하루 근근이 살아가고 있었다. 헬렌은 남동생의 죽음을 조사하지도 않고 장례식부터 준비하는 입양 부모가 이해되지 않는다. 그러면서 그녀의 삶과 그녀가 지녔던 생각이 입양부모와 얼마나 다른지 보여준다. 그리고 혼자서 남동생의 삶을 추적하고 그의 죽음을 쫓아가다가 남동생의 유언장을 발견하면서 남동생의 자살을 받아들이게 된다.


이 책은 입양된 누나가 입양된 남동생의 죽음을 이야기하는 소설이지만 슬픔의 늪에 빠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담담하게 자신의 현실을 묘사하는데 그 묘사가 자조적이고 시니컬하며 어둡고 냉소적이기 때문에 주인공이 겪은 슬픔이 더 와닿는다. 슬픔과 아픔을 표면적으로 나타내지는 않지만 전해지는 문장들이라 묘하게 끌렸다.

저자 패티 유미 코트렐은 1981년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 중서부에 입양되었는데 소설의 주인공처럼 남동생의 자살을 겪었다고 한다. 자신의 회고록은 아니라고 말하지만 그녀가 겪은 감정이 소설에서 묻어나는 듯했다. 저자는 자신의 비통함을 소설에 담아 남동생의 사건을 받아들이고 이겨낸 것이 아닐까.

<내가 당신의 평온을 깼다면>은 제목, 표지, 문장, 소재 모두 신선한 소설이었다. 이 소설이 가진 칙칙한 분위기는 받아들이기 쉽지 않지만 가족을 잃은 사람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느껴볼 수 있었던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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