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호랑이
권정생 지음, 정승각 그림 / 길벗어린이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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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적에 어린 아기가 울 때 "호랑이가 잡아간다"라고 말하면 뚝 그쳤다고 한다. 산에 사는 호랑이를 직접 본 적도 없고 자라면서 동물원에서나 봤지만 어릴 때 들은 옛날이야기는 머리에 깊이 박히는 법이다. 호랑이는 힘이 세고, 사람도 잡아먹는 무서운 녀석이었다.

그랬던 호랑이도 커가면서 차츰 잊혀갔는데, 오랜만에 그 무서운 녀석을 다시 만났다. 그것도 제일 무서운 '금강산 호랑이'로 말이다. 어디 얼마나 무서운지 한번 읽어볼까.

<금강산 호랑이>에는 유복이라는 남자아이가 주인공으로 나온다. 유복이는 엄마와 함께 살았는데 글을 배우러 간 글방에서 "아비 없는 자식!"이라며 놀림을 당하고 울며 돌아왔다. 책 속에서 유복이를 놀리는 아이들이 도깨비처럼 못되게 그려져있는데, 내가 볼 땐 그 아이들이 금강산 호랑이보다 더 나쁜 것 같다. 예나 지금이나 아이들이 서로 놀리는 데인 가감이 없다.

어쨌든 아이들의 놀림으로 유복이는 엄마에게서 아버지가 없는 이유를 듣게 되었다. 사람들을 잡아먹는 금강산 호랑이를 잡으러 갔다가 당하고 말았다는 사실을. 아버지가 없어서 놀림당하는 게 서러웠던 유복이는 갑자기 복수심에 불타게 된다. 아버지가 없는 이유가 자신의 잘못이 아니고, 사람들을 위해 애쓰시다 죽임 당하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놀리는 아이들에 대한 화가 금강산 호랑이로 옮겨진 것이 아닌가 싶다. 남자아이에게 아버지란 존재는 이렇게 크다. 아버지의 부재는 아이를 위축시키기도 하고, 아이를 성장시키기도 한다. 유복이는 아버지가 없는 이유를 알게 되고 호랑이를 잡으러 가기로 마음먹었으니까.

유복이는 열심히 훈련을 한다. 활쏘기, 체력 다지기, 힘 키우기 등. 모든 훈련이 끝나자 유복이 어머니는 유복이를 시험한 후 유복이가 호랑이를 잡으러 가는 길을 허락했다. 사내아이는 목표가 있으면 생각보다 빨리 자라고 엄마의 품을 떠나게 된다는 사실을 보게 되는 대목이다. 울보 유복이가 훈련을 마치고 금강산으로 떠나는 모습은 남자가 된 사내를 보는 것 같다.

유복이는 금강산 호랑이를 만나러 가는 길에 오두막에 사는 할머니를 만나 도움을 받고 더욱 단련한 뒤 호랑이를 찾아 나선다. 마침내 호랑이를 마주하고 싸우지만 배고픈 호랑이는 유복이를 산 채로 삼켜버린다. 이를 어째... 유복이는 이제 호랑이 배 속에서 죽고 마는 것인가! 뒷이야기가 궁금하시면 책으로 확인하시길 바란다.

<금강산 호랑이>는 무서운 호랑이의 모습을 담고 있는 데다가 그림도 강렬해서 무서운 느낌이었다. 그런데 읽으면 읽을수록 유복이를 향한 작가의 애정이 느껴진다. 한 아이가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되 자립적으로 자라도록 이끌어준다. 아이가 한 사람의 역할을 하기까지 포기하지 않는 인내와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 알려준다. 그리고 무엇보다 옛날이야기처럼 소리 내어 읽는 재미를 주는 책이다. 아이와 함께 읽으며 호랑이와 유복이, 엄마와 할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도 좋을 것 같다.

아이가 더 강인하게 자랐으면 좋겠다고 생각되시는 분들께

아이와 함께 읽을 책으로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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