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작은 농장 일기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부윤아 옮김 / 지금이책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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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식물 키우기에 젬병이다. 꽃과 초록이를 좋아하지만 좋아하는 것과 잘 관리하고 키우는 것과는 다른 일이라 매번 실패했다. 지금 사는 집에 채광이 부족해서 들여오는 식물마다 죽는다고 변명하곤 했지만 나의 식물 죽이기 역사는 중학생 때부터 시작된다. 그러니 이사를 해도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러나 아빠는 채소를 정말 잘 키우시고 열매도 많이 맺게 하셔서 매년 가지, 고추, 울금, 호박 등을 보내주신다. 내게도 작은 농장이 생긴다면 아빠의 피가 발현되어 열매 맺게 할 수 있을 거라는 작은 소망을 가지고 이 책을 펼쳤다.


작은 농장에 무, 순무, 누에콩, 가지가 그려진 표지를 보고 식물 키우기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로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저자는 책 초반에 "계절 별 채소의 생육상태나 수확 모습 등을 자세히 묘사하거나 현재진행형으로 보고하는 종류의 글이 아닙니다."라며 실용서가 아닌"일기"라는 것을 강조했다. 이쯤에서 덮어야 하나 살짝 고민했는데 풋내기 농사꾼의 실패담이나 채소를 키우며 얻는 소소한 기쁨에 대한 글이 눈길을 끌었다. 무엇보다 저자의 따뜻하고 쿨한 유머가 도드라지는 문체가 마음에 들어 단숨에 끝까지 읽었다. 작가는 사소한 것도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재미난 이야기로 이어가며 심각한 주제도 너무 무겁지 않게 전개시키는 매력이 있다. <지극히 작은 농장 일기>는 오기와라 히로시 작가의 첫 에세이지만 나오키상 수상 작가로 오랫동안 소설을 써온 내공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저자가 농장 일기에 힘을 주었기에 제목이 <지극히 작은 농장 일기>가 되었지만 농장 일기뿐 아니라 여행, 일상 이야기도 담겨 있다. 개인적으로는 여행 노트나 일상 스케치에서 더 공감이 되었다. 소설을 읽으며 소설 한 장면 한 장면을 상상하느라 속독이 어렵다는 부분에서는 밑줄 치고 "저도요"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였다.

꾸밈없이 소탈하지만 가끔 엉뚱한 농장 아저씨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되는 책이었다.


*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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