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밍웨이 - 20세기 최초의 코즈모폴리턴 작가 클래식 클라우드 6
백민석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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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핫한 미남 배우 류준열이 쿠바에 왔다. 혼자 아바나 거리를 거닐던 그는 사람들로 붐비는 어느 술집에 들어간다. 60여 년 전 헤밍웨이가 매일같이 찾았던 레스토랑 바인 엘 플로리디타이다. 지금도 헤밍웨이의 명성을 보여주듯 헤밍웨이가 즐겨 앉던 자리에 놓인 헤밍웨이 흉상과 사진을 찍으려고 전 세계에서 모여든 관광객들로 넘쳐나는 곳이다. 류준열은 마침 비어있던 헤밍웨이의 옆자리에 앉았고 다이끼리 파파 헤밍웨이 스페셜을 마시며 헤밍웨이와 술 마시는 기분을 만끽한다. 

jtbc에서 방영 중인 여행 다큐멘터리 예능 트래블러에 나온 한 장면이다. 이 장면을 보는 순간 나는 헤밍웨이가 궁금해졌다. 류준열이 거장 헤밍웨이를 떠올리며 했던 말들, 헤밍웨이가 좋아한 술의 맛, 끊임없이 헤밍웨이를 찾는 관광객의 행렬은 나를 헤밍웨이에 대해 긍정적인 이미지를 갖게 만들었다. 그가 천재 작가라는 사실은 더할 나위 없고. 이 호기심은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 신간인 <가와바타 야스나리> 출간이 연기되면서 이미 출간된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 중 한 권을 보내주신다는 출판사의 연락에 서슴없이 헤밍웨이 편을 선택하게 하는 동기가 되었다.

어떤 인물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는 설사 그 이미지가 과장된 부분이 있을지라도 그 인물에 대해 관심을 갖게 만들고 더 알아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다. <헤밍웨이 x 백민석>을 읽으며 뜨악할 정도로 내가 가진 헤밍웨이 이미지는 거품이 많았지만 그를 제대로 알게 되는 계기가 되었으니까. 미국인이었지만 입양 쿠바인으로서 노벨상을 받을 정도로 쿠바를 사랑했던 소설가이기에 쿠바에 관심이 생긴 나 같은 사람은 쿠바인이 사랑한 거장 헤밍웨이의 일생이 궁금해서 이 책을 읽게 될 것이다.


의외로 헤밍웨이의 독자라고 자처하는 사람도 그의 삶의 세부까지는 잘 모르고 있었다.

(...) 나는 지난 3년간 헤밍웨이를 쫓아다니고 읽고 쓰면서, 비로소 그를 한 인간으로서 이해할 수는 없지만 사랑하게 되었다.

<헤밍웨이 x 백민석> p.17


내가 트래블러를 통해 가졌던 환상과 달리 헤밍웨이는 음주를 즐겼고 여러 여자와 연애를 하며 결혼과 이혼을 반복했고 위험한 스포츠를 찾아다녔으며 질병을 달고 살다가 결국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내가 어렸을 때 읽었던 위인전과는 정 반대로 거장의 삶을 객관적으로 전달한다. '난 절대 위인이 될 수 없을 거야'라며 좌절했던 그때와 달리 헤밍웨이가 인간적으로 다가왔다. 환상적으로 꾸며진 완벽한 삶을 보여주는 생몰년으로만 정리된 평범한 연보로서의 삶이 아니라 그의 인성, 상처, 기이한 행동을 읽으며 그가 쓴 소설을 더 이해하고 연민을 가지게 되었다.

저자 백민석 작가는 헤밍웨이의 흔적을 따라가는 여행을 전 세계인이 사랑하는 파리에서 시작한다. 헤밍웨이가 쓴 에세이 <파리는 날마다 축제>의 내용을 언급하며 헤밍웨이가 걸었던 파리를 보여준다. 이건 글로 <미드 나잇인 파리>를 읽는 기분이 든다. 아니 더 상세하고 더 실감 난다. 소설 <태양은 다시 뜬다>가 쓰인 배경이 그려지고 소설 속에 담긴 의미도 알 수 있다.

파리에서 작가로 성공한 헤밍웨이는 4대륙 20여 개의 나라에 흔적을 남겼다. 백민석 작가는 헤밍웨이 소설의 배경이 된 도시나 오랜 기간 집필을 하고 활동했던 지역을 중심으로 파리를 시작으로 이탈리아 밀라노와 베네치아, 스페인 팜플로나와 마드리드, 쿠바 아나바를 돌아본다. 이 책을 통해 헤밍웨이에 대해 알게 되는 것과 동시에 백민석 작가가 돌아본 6개 도시를 동행하는 기분을 맛볼 수 있다. 거장 헤밍웨이가 머물렀던 곳이기에 더없이 아름다운 그곳들의 사진을 보느라 읽고 또 읽었다.


헤밍웨이는 사냥터에서 쭈그리고 앉아 종이 쪼가리에 글을 쓰거나 차량 짐칸에 타자기를 올려놓고 선 채로 글을 쓰기도 했다. 그는 그렇게 많이 쓰면서도 항상 뭔가를 읽고 있었다. 그는 쓰기광이며, 읽기광이었다.

<헤밍웨이 x 백민석> p.205


일단 글쓰기가 주된 악습이자 최고의 즐거움이 되고 나면 죽을 때까지 못 그만둡니다.

<헤밍웨이 x 백민석> [헤밍웨이의 말] p.33


헤밍웨이는 자기 뜻대로 되지 않을 때마다 상대를 비난하고 왜곡하고 잘못을 뒤집어씌웠으며 가정과 동료들 사이에서 군림하려 했고 죽음을 자초했다. 헤밍웨이의 인성과 삶에 대한 의지만 본다면 그의 책을 읽기가 주저하게 될 터인데 그가 평생 가졌던 글에 대한 열정을 알게 되니 고전은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의 책을 읽기 전 그의 삶을 먼저 살펴보았으니 소설에서 그를 찾는 일이 어렵진 않겠지, 그로 인해 더 풍부하게 고전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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