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드랑이와 건자두
박요셉 지음 / 김영사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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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드랑이와 건자두>는 제목도 표지도 너무 독특해서 평화롭고 예쁜 그림을 좋아하는 나와는 맞지 않을 것 같았다. 읽을까 말까 고민하다 “쓸모없고도 충실한 시간들에 관한 위대한 발견”이라는 홍보 문구를 보고 선택해버렸다. 그리고 읽는데, ... 앗 뭐가 이렇게 재밌어요?? 일러스트레이터라면서요, 그림 솜씨에 글 쓰는 능력까지 갖추시면 저 같은 사람은 부러워서 어쩌라고요~


저자의 글은 흐름이 독창적이다. 글쓰기는 늘 첫 문장이 어려운데 자연스럽게 툭 던지는 말로 시작해서 오밀조밀 잘도 이어나간다. 평소에도 생각이 많고 엉뚱하실 것 같다. 세밀하게 곤충이 그려진 접시에 음식을 놓고 밥을 먹다가 미래의 음식으로 곤충을 먹는 것까지 떠올리시다니~! 이러니 “미래를 선물 받다”라는 제목의 의미를 알려면 내용을 읽어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나는 이런 독특함이 부럽고 재밌다. 참신해서 나도 갖고 싶은 유머이다. 말을 잘하는 사람이 부럽다고 거듭 언급하시는데 작가님도 한 언변 하실 듯하다. 


모든 글에 유머가 들어있지만 위의 사진은 읽자마자 빵 터진 글이다. 페이지에 한 줄, 두 줄의 내용만 있으면 '책을 날로 만드시나'라고 불만이 솟아날 만한데 박요셉 작가의 글은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인해 웃음이 먼저 나온다. 

설거지의 본뜻을 알아버렸다. 어쩐지 설거지할 때마다 기분이 안 좋더라니! 이제야 알았다. "설거지는 이름부터 거지"였던 거다. 설거지를 하며 기분이 나빠져도 이해해야겠다. 난 거지 같은 설거지 중이니까. (신기하게도 이렇게 인정하고 나면 화가 가라앉는다.)

옷을 입는 순서는 속옷-윗옷, 아래옷-겉옷의 순서이다. 당연한 순서이기에 순서를 바꿔볼 생각을 한 적이 없는데 거꾸로 입은 사람도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슈퍼맨이라던가, 원더우먼이라던가. 조금 어이없고 쓸모없는 생각일지 몰라도 작가의 엉뚱 발랄한 상상력으로 인해 나는 즐거웠다. 잠시의 여유를 주는 이런 상상을 계속해주시기를!

유머는 빡빡한 삶에 윤활유가 되어준다.
바쁘고 지친 하루에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겨드랑이와 건자두>,
우울할 때 보고 또 보고 할 예정이다.

여러분도 두 번, 세 번 보시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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