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의 기분
김종완 지음 / 김영사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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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의 기억은 그 자신의 철학이 되고,

그것이 결국 공간의 철학이 된다.


신혼집은 결혼하면서 생긴 신랑과 나의 공간이다. 이 공간에 편안하면서도 독특한 우리만의 분위기를 담아내고 싶었다. 작은 면적이라는 한계, 집 구조의 한계, 우리 마음대로 바꿀 수 없는 한계에 부딪혀 포기하게 되었지만 집을 장만하게 된다면 어떻게 꾸며야 할지에 대해 더 많이 고민하고 찾아보던 찰나 만나게 된 <공간의 기분>은 공간에 담는 것들에 대해 생각해보고 우리의 공간의 색깔을 정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창조자의 역할이 아니라 철저히 도와주는 보조자의 역할이다.

그런 점에서 상업디자이너로서의 내 장점과 철학이 가장 잘 드러나는 부분이다. 


명품 공간 구호, 콜롬보, 코렐, 설화수, 신세계 'S'를 디자인한 공간 전략 디자이너 김종완은 <공간의 기분>에서 '종킴 디자인 스튜디오' 설립 후 작업한 내용을 공개했다. 스스로를 상업 디자이너라고 말하는 그는 '독특하고 눈에 띄는 디자인' 보다 '매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공간'을 중점으로 작업한다. 클라이언트의 철학, 브랜드 이미지, 추구하는 방향 등 클라이언트가 공간에서 보여주고 싶은 것을 보여준다. 이 부분에서 신혼집에 우리만의 기억을 담으려면 먼저 신랑과 나만의 취향을 뚜렷하게 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김종완 디자이너가 만든 공간은 우아하고 아름답고 고급스러워 고객이 대접받는 느낌이 절로 든다. 그가 작업한 살롱드쿡과 구호 플래그십스토어 공간을 보면 공간을 나누는 벽이나 천장, 계단의 선이 부드러운 곡선이다. 이것은 그가 작업한 모든 공간에서 확인할 수 있는 특징인데 공간을 고급스럽게 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다. 또한 마감재나 타일 하나하나까지 꼼꼼하게 따져서 선택하는데, 그렇게 디테일이 살아있는 공간에 방문하면 특별한 곳에 초대된 기분이 들게 마련이다.



책을 읽으며 그가 만든 공간에 나도 가고 싶어졌다. 그러다 내가 다녀온 서촌의 카페도 그가 디자인했다는 글을 읽고 처음 봤을 때도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역시 이분이 만들어서 돋보였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촌에 있는 <프리시즌>이라는 카페인데 루프탑 카페를 검색해서 간 이 카페는 오래된 전원주택을 개조해 만든 카페이다. 집 구조는 두고 큰 라운드 창과 은은한 조명을 더해 따뜻하고 아늑하다. 공간을 채우는 넓고 긴 소파나 중앙에 자리 잡은 학업용 테이블 그리고 공간을 분리한 유리 책장까지, 딱 내가 원하던 집의 인테리어라서 구석구석 구경하고 느긋하게 즐기고 한참 동안 바라보다 돌아왔던 기억이 떠오른다.

<공간의 기분>에는 인테리어를 잘하는 방법이나 공간 디자인에 대한 노하우는 없지만 공간에 기분을 담는 김종완 디자이너의 철학과 작업과정을 엿보며 나의 기분을 완성하는 공간은 어떤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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