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독서사 - 우리가 사랑한 책들, 知의 현대사와 읽기의 풍경
천정환.정종현 지음 / 서해문집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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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이 거창하다. 깊이 있는 인문서적 같아서 쉽게 손을 댈 수 없을 것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책에 관심을 가지게 된 사람이라면 혹은 한국 근현대사를 쉽게 읽고 싶은 사람이라면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광복 이후 70년 한국의 시간을 책 읽기 문화로 읽어냈다. 1940년부터 2000년 이후까지 해방 10년 단위로 나누어 '누가 무슨 책을 어떻게 읽었는지'를 이야기한다. 연대별로 많이 읽힌 책들을 중심으로 정치, 경제, 사회를 논하는데 책 속의 내용뿐 아니라 그 시기의 정치 경제적 영향을 많이 받은 것이 베스트셀러가 되기 때문이다. 삼팔선이 그어진 후, 북한에서 남한을 거쳐 일본에 도착하기까지 고난의 행로를 기록한 <내가 넘은 삼팔선>이 실향민들의 마음을 울려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급격한 경제발전을 이룬 1970년대에는 그로 인한 산업화의 모순을 담은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 대중에게 사랑을 받았다. 한국 경제가 성공가도를 달린 1990년대에는 특별히 자기 계발서가 인기를 끌었다. 테크놀로지의 발달로 2000년대에는 컴퓨터 관련 서적이 불티나게 팔렸지만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종이책의 위상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 

이 책에는 요약할 수 없을 만큼 한국 근현대사와 독서 풍경에 대한 많은 정보가 담겨 있다. 우리가 들어보았을 만한 책들을 시기적절하게 언급하며 물 흐르듯 설명하기에 빼곡한 정보에도 불구하고 쉽게 읽힌다. 전쟁 중에도 공부에 대한 열정이 대단했고, tv의 부재로 노동자들이 많은 책을 읽던 시기도 있었다. 그에 비하면 지금 우리는 너무 바빠서 책 읽을 시간이 없다. 기껏 시간을 만들어도 무엇을 읽어야 할지 모른다. 요즘은 '다 같이 꼭 읽어야만 해'라는 책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수많은 책이 나오고 베스트셀러가 되고 빠르게 물갈이가 된다. 이전보다 잘 살게 되었고 이전보다 더 알게 되었지만 이전보다 '사유'하는 시간은 더 줄어들었다.

<대한민국 독서사>를 통해 그동안 우리가 어떤 책을 읽었고 왜 읽어왔는지 돌아보고 앞으로 발전해 나가야 할 독서의 모습에 대해 그려볼 수 있으면 좋겠다. 나 혼자 잘 살기 위한 독서가 아닌 함께 잘 살고 각자의 모습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사회가 되는 책 읽기 문화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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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인 틀은 한국 근현대사인지라
해방 - 한국전쟁  - 민주 항쟁 - 경제발전으로 이어져 오는 대략적인 내용은 아는데
이 역사가 어떻게 책 읽기에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되어 좋았다.

게다가 출판사의 이모저모나 베스트셀러가 된 이유를 알아보는 것과
베스트셀러들을 돌아보며 자신이 읽은 책들을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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