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폴의 하루
임재희 지음 / 작가정신 / 2018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당신은 어디에서 왔나요?"
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지금 있는 그곳에서 이방인이라는 의미이다.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폴의 하루>는 어디서나 이 질문을 받고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애매한 존재에 대한 이야기, 즉 이민 귀환 그리고 그 경계에 대한 이야기들이 묶여 있는 단편 소설집이다. 

작가는 이민자이자 귀환자로서 끝내 스며들지 못했던 낯선 환경에 겪었던 삶을 그대로 글로 풀어냈다. 글을 읽는 동안 그녀가 느낀 생소함, 상경함, 낯섦을 넘은 깊은 고독감, 정체성의 혼돈과 같은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나는 이민자나 귀환자가 아니지만 동질감을 느끼며 많은 사람 속에 있지만 홀로 외로웠던 시간들이 떠올랐다.



외국에서 잠시 머무를 때 나는 현지인도 교포도 아닌 여행객이자 방문객이었다.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내가 표류하듯 지낸 그때 나는 간절히 돌아올 날만 기다렸던 것 같다. 그러나 가끔 종종 나고 자란 이곳에서도 어딘가에 속(in)하지 못하고 겉(out)만 떠도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나에 대해 궁금한 것이 없어 보이는 사람들과의 만남에서, 나와 관심사가 다른 사람과의 이야기에서, 나에게 벽을 치는 조직에서 나는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결국 "고향이나 타향이나 다 사람 사는 데가 똑같"은 법이다.

소속감이 주는 안정감은 불안을 벗어나게 하지만 그런 선 긋기로 인해 경계에 선 누군가는 상처를 받는다. 내가 받았던 상처, 나의 가까운 사람이 겪었던 고독이 떠올라 쉽게 넘겨지지 않는 소설이었다. 그럼에도 우리는 살아가고 있고 그런 감정을 느끼는 사람이 나 혼자만이 아니라는 위안을 주는 소설이었다.

사람 사이에서 외로울 때 읽으면 좋을 소설이다.


※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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