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반짝 공화국
오가와 이토 지음, 권남희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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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보다 재미있는, 전편에 뒤지지 않는 속편이 찾아왔다. 

<반짝반짝 공화국>은 <츠바키 문구점> 이후 독자들의 요구에 의해 쓰인 속편이다. '츠바키 문구점'을 재미있게 읽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궁금해할 이야기가 담겨있다. 나도 그중의 한 명으로 기대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이 책을 펼쳤고 읽는 내내 내 마음은 반짝반짝했다.


속편을 이야기하기 전 전편에 대해 살짝 언급하자면, <츠바키 문구점>은 일본 가마쿠라에서 대필업을 겸하는 문구점에서 주인공 포포가 돌아가신 할머니의 뒤를 이어 대필업을 하면서 만난 대필 에피소드들의 모음이자 포포의 이야기이다. 포포는 편지를 통해 사람들을 돕고 할머니와의 오해도 풀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도 한다. 그리고 <반짝반짝 공화국>은 포포가 가족을 이룬 이후의 이야기이다.


p28 메일이라면 이렇게 세세한 작업을 하지 않아도 금세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 효율적이고 돈도 들지 않는다. 이런 무모한 짓을 하는 자신이 새삼 바보 같다고 한탄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자신이야말로 바보였다고 한탄하고 있다. 결혼 안내장 같은 건 살면서 몇 번씩 보내는 게 아니다. 그러니까 확실하게 대필가로서 솜씨를 발휘하고 싶었다.


결혼을 했지만 대필업은 계속 된다. 앞을 못 보는 소년이 어머니께 드리는 감사편지, 힘들게만 하고 갑자기 죽은 남편의 사죄 편지, 아내의 이혼 요구 편지와 남편의 반성 편지, 8일 만에 죽은 아들의 사망을 전하는 편지, 조심스러운 성격을 가진 여성의 고백 편지, 오랜 팬에게 전하는 작가의 편지까지 전편에서처럼 포포는 정성을 다해 필기구를 고르고 의뢰한 사람의 진심을 담아 편지를 쓴다. 그렇게 완성된 포포의 편지를 읽노라면 받는 사람을 배려하고 의뢰인의 입장을 적절하게 전하는 지혜가 부럽고 배우고 싶고 손글씨로 아날로그 한 편지를 적고 싶은 마음이 솟아난다. 일본어를 할 줄 안다면 포포에게 펜팔 하자며 편지를 썼을지도 모르겠다.


p182 이렇게 맛있는 것을 먹고 있는데 맛있네, 하고 말할 상대가 없다는 사실에 놀랐다. 쓸쓸하고, 처량하고, 허무했다. 고독을 즐길 계절은 이미 지난 걸까.


p185 역시 우린 함께 살아야 해요.
혼자란 게 이렇게 무미건조하다는 것을
깨달았답니다.
혼자 있으면 자신의 체온을 모릅니다. 그러나
누군가와 살을 맞대고 있으면 내 손이 따뜻한지
발이 찬지 느낄 수가 있죠.


<반짝반짝 공화국>은 포포와 미츠로와 큐피의 집을 말하는 것으로, 전편이 '포포의 홀로서기' 라면 속편은 '포포의 가족 되기'이다. 남편의 가족을 만나고, 한 집에서 먹고 자고, 포포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남편과 작은 다툼을 하기도 한다.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고 새로운 시도를 하고 갈등을 해결해나가는 포포를 보며 가족이 된다는 건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걸 깨닫게 된다.


p292 반짝반짝, 반짝반짝.
우리는 언제 어디서나 아름다운 빛에 쌓여 있다. 그러니까 괜찮다.
내게는 반짝반짝이 있다.


남편 미츠로와 미츠로의 딸 큐피와 새로운 가족을 이룬 포포는 천천히 가족이 되어간다. 선대라고만 불렀던 할머니에게서 가족의 온기를 느끼지 못하고 자란 포포가 미츠로와 큐피에게서 가족의 사랑을 받고 반짝반짝 공화국을 만들어간다. 때론 슬프고 힘들지라도 언제나 반짝반짝 빛날 거라는 포포의 말이 내게도 격려와 응원으로 다가온다. 

<반짝반짝 공화국>에서는 전편보다 가마쿠라의 매력을 한층 더 어필한다. 필기구 홍보 책을 넘어 가마쿠라 홍보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가마쿠라의 명물인 싱글벙글 빵, 하토사브레(비둘기모양 버터쿠키), 두부 푸딩, 하리네즈미(고슴도치모양 조각 케이크), 붕장어 덮밥이 먹고 싶어서 훌쩍 떠나고 싶을 정도이다. 산과 바다를 동시에 볼 수 있는 일본의 이국적인 자연경관은 덤으로 보고 말이다.

가족의 따뜻함과 사랑이 느껴져서 책을 읽는 동안 내 마음은 반짝반짝해졌다. 
후회로 가득 차 반짝거림이 사라진 누군가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이다.

'내 가족이 반짝반짝하지 못할 때 포포의 주문을 외워야지, 
반짝반짝해지도록, 

다시 서로의 사랑을 기억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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