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속 외딴 성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서혜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8월
평점 :
품절


"배가 아파"

복통을 호소한 중1 여자아이 고코로는 학교를 가지 않았다. 학교에 가야 한다는 말만 들어도 배를 조여오는 심한 통증에 움직일 수 없다. 그렇게 방에 틀어 
박힌 지 하루 이틀 한 달이 지난 어느 날, 방 안의 거울이 빛나기 시작하고 거울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거울 속에는 외딴 성이 있었고 고코로는 그곳에서 늑대 가면을 쓴 소녀와 고코로 또래인 6명의 아이들을 만나게 된다. 

늑대 소녀는 다짜고짜 소원을 들어주는 성이니 열쇠를 찾아 소원의 방으로 가져오라고 한다. 단 저녁 5시 이전에는 자신들의 세계로 돌아가야 하며, 그 이후에도 남아있으면 늑대에게 잡아먹힌다고 한다.

여기까지가 소설 <거울 속 외딴 성>의 도입부이다. 어째서 7명의 아이들이 동시에 거울 속으로 빨려 들어오게 되었는지, 그 아이들은 각자 어떤 사연을 가지고 있는지, 늑대 소녀는 누구이며 아이들을 돕는 자인지 적인지, 열쇠는 누가 찾게 되는지, 소원은 이루게 되는지, 소원을 이루면 어떻게 끝나는지 궁금할 것이다. 나도 많이 궁금했다. 

소설을 읽어가며 결론보다 더 중요한 것을 알게 되었다. 결론을 향해 진행되는 이야기의 과정이 현실적이면서도 희망적이다. 고코로의 생각을 알아가고, 외딴 성에 모인 다른 아이들의 이름인 마사무네, 스바루, 리온, 우레시노, 아키와 후카가 머릿속에 저장되고 오해 없이 바라보게 되자 그 아이들의 마음을 조금 이해하게 되었다. 

고코로는 매일 성에 가서 친구를 사귀었지만 그 친구들로부터 소외감을 느끼고 가지 않게 되었다. 그러나 채근하지 않는 성이 그리워 다시 성으로 가게 된다. 학교도 스쿨도 다시 나가지 않았는데 성은 그리웠던 것이다. 그건 아마 학교에 가지 않는 아이가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에서 오는 안도감도 한 몫 했을 것이다. 고코로는 이때부터 성장하기 시작한다. 조금씩 자신을 가둔 알 껍질을 깨뜨리고 세상에 나온다. 

연대, 혼자가 아니라는 안도감, 여자아이들 사이의 미묘한 감정다툼, 싸우고 화해하기, 소외, 왕따, 소통과 불통,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다르지 않음 받아들이기, 신뢰 쌓기, 위로와 격려하기 그리고 겁먹지 않기. 이 모든 주제가 다 들어있지만 혼잡하지 않고 조화롭다.


"엄마, 데려와줘서 고마워요."


나의 학창시절에도 학교는 당연히 가는 것이었다. 남들처럼 학교에 가고 남들처럼 졸업을 하고 어른이 된 나는 아무 이유 없이 등교 거부를 하는 아이들의 마음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내 딸이, 내 아들이 방에만 틀어박혀 있다면 난 어떻게 해야 할까?' 온전히 이해하는 것도 무시하지 않고 기다려 주는 것도 화내지 않는 것도 그러면서 필요할 때는 언제든 옆에 있어주는 것, 어느 것 하나 자신이 없다. 아무 말 하지 않는 아이가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할 때까지 아이를 믿고 기다리는 것은 너무나 힘든 일이다. 그런데 과감 없이 솔직하고 섬세하게 중1 소녀의 감정을 표현한 소설을 통해 아이가 겪은 고통이, 말할 수 없을 만큼 힘든 것의 무게가 얼마나 큰지, 비난받을 것을 알면서도 일련의 상황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엄청나게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그 고통과 싸우다 힘을 내어 엄마에게 사실을 털어놓고 엄마에게 기대어 밖으로 나온 뒤 고코로가 한 말인, "엄마 데려와줘서 고마워요"에 자꾸만 눈물이 났다. 고코로가 엄마에게 마음을 열었다는 것이 감격스러웠고 혼자서는 한 발자국도 나가기 어려웠던 고코로의 아픔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거꾸로 세운 원뿔을 타고 흘러가는 구슬처럼 처음에는 천천히 진행되다가 어느 순간 이야기 진행 속도가 빨라진다. 빨라지는 시점에서 톡톡 튀어나오는 반전은 보너스~ 모든 궁금증이 해소될 때 소설 중간중간에 숨겨져 있던 보석 퍼즐을 한꺼번에 선물 받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책을 덮는 순간 그 보석 퍼즐들이 잘 맞춰진 하나의 큰 보석을 마음에 품게 된다. "희망."

나의 고통을 알아주는 이가 없어 너무나 외로울 때,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비밀로 속앓이를 할 때,
나의 이야기를 들어줄 '거울 속 외딴 성'을 찾았다는 희망과
버티고 살아낸 '미래의 나'를 기다리는 누군가가 있겠다는 희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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